국힘, 말로만 ‘절윤’? 다시 엄습하는 ‘윤의 그림자’

2026-04-20 13:00:07 게재

6.3 지방선거·재보선서 윤석열정부 핵심인사 다수 공천 물망

윤 변호인 윤갑근, 부총리 추경호, 비서실장 정진석 후보 거론

‘절윤 선언’ 효과 퇴색 … 여당에 “내란당” 공격 빌미 내줄 판

국민의힘은 지난달 9일 우여곡절 끝에 이른바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선언문’을 의원 전원 명의로 채택했다. 6.3 지방선거에서 ‘내란 동조 세력’으로 심판받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읽혔다.

충북지사 도전하는 윤갑근 변호사 윤갑근 변호사가 지난달 11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단체장 후보 면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하지만 선언문을 채택한 지 한 달을 넘기면서 국민의힘에는 다시 ‘윤석열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모습이다. 윤석열정부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친윤 인사들이 대거 지방선거와 재보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내란정당” 공격의 빌미를 주는 모양새가 됐다.

대구시장 도전하는 추경호 의원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TBC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1차 비전 토론회에서 추경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2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방선거와 재보선 공천 곳곳에서 윤석열정부 핵심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사건 변호인을 맡았던 윤갑근 변호사는 충북지사 본경선에 올랐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공천을 다툰다. 윤 변호사는 지난달 유튜브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윤 어게인이 주장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수호하자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저는 그것(윤 어게인)이 맞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의원은 대구시장 본경선에 올랐다. 원내에서 대표적 친윤으로 꼽혔던 추 의원은 12.3 계엄 당일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보선 후보군에도 ‘윤석열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윤 전 대통령의 ‘고향 친구’를 자처했던 정진석 전 의원은 박수현 민주당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공석이 된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원은 2024년 총선 당시 이 지역구에서 박 의원에게 패한 뒤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때마침 사돈인 박덕흠 의원이 공관위원장을 맡고 있어 공천 여부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선후보 수행실장을 했던 이 용 전 의원은 추미애 의원이 내놓은 경기 하남갑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2024년 총선에서 추 의원과 접전을 벌인 끝에 1.17%p 차로 패했다. 이 전 의원은 대선 당시 윤 후보를 밀착수행하면서 손발 노릇을 했다.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임기 초, 이 전 의원은 김 여사와 관련 “굉장히 다소곳하고 온순하신 분이다. 성격은 털털하신 게 있지만 심성 자체는 온순하고 다정하신 분으로 대통령 내조를 하실 분이지 활동적이고 그러시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국토부장관을 지낸 원희룡 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후보로 다시 거론된다. 원 전 의원은 2024년 총선에서 이 대통령과 맞붙어 패했다. 재보선에 이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할 것으로 보이자, 맞대결 상대로 원 전 장관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어렵게 ‘절윤 선언문’까지 채택했던 국민의힘에 또 다시 ‘윤석열의 그림자’가 엄습하는 것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에게 공격 빌미를 내줄 뿐 아니라 유권자들에게도 ‘절윤’보다는 ‘윤석열’ 얼굴을 떠올리게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는 20일 “탄핵된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국민들 손에 다시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렵게 ‘절윤 선언문’을 채택한 건데, 이제와서 ‘윤석열 키즈’를 대거 공천하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국민을) 속인 꼴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