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약물 중 ADHD치료제 최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실태조사 … “집중력·학업 증진 목적으로 오남용”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 문제 심각성이 커지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유해약물 이용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DHD 치료제는 주의력 문제와 과잉·충동 행동 장애를 진단받은 사람에게 처방되는 약물이다. 일부 학군지를 중심으로 ‘공부 잘하게 하는 약’이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관련 증상이 없는데도 복용하는 학생이 우후죽순 늘어 오남용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ADHD 약은 빈도 면에서도 오남용이 가장 심각한 마약류로 꼽혔다.학습 집중력을 높인다며 커피나 고카페인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배상률 김영지 모상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은 ‘청소년 유해약물 사용 실태 및 정책방안연구’ 보고서에 최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오남용한 마약류는 ADHD 치료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6개월 이내 의료 목적 외 용도로 마약류를 사용한 경우 해당 약물이 무엇인지 물은 결과 24.4%가 ADHD 약을 꼽았다. 식욕억제제(20.0%), 수면제(13.3%), 신경안정제·항불안제(13.3%)가 뒤를 이었다.
6개월 동안 ADHD 약을 먹은 청소년에게 한달 평균 몇 회를 복용했는지 묻자 ‘20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23.1%에 달했다. ‘6~19회’ 복용했다는 응답도 7.6%나 됐다.
배 연구원 등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시적 사용을 넘어, 집중력 향상이나 학업 효율 증진을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경향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청소년들은 또한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커피와 고카페인 음료도 자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5%가 한달에 1번 이상 커피를 마신다고 응답했다. 6~19회(19.9%), 20회 이상(5.0%) 마시는 경우도 많았다. 고카페인 음료의 경우 한 달에 1번 이상 마신다는 응답이 61.2%로 커피 섭취율보다 높았다.
한달에 10회 이상 마신다는 응답도 10.8%를 기록해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카페인 중독 범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공부나 과제를 하려고’(57.8%)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하루가 힘들다고 느낀다는 청소년은 11.2%였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16.4%)과 3학년(15.1%)에서 이런 응답률이 두드러졌다.
배 연구원 등은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가 집중되는 시기일수록 피로 회복과 각성 유지를 위해 카페인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며 “단순한 음료 소비가 아니라 과열된 입시경쟁 속에서 각성과 집중이 하나의 생존 전략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한편 조사 결과, 청소년들은 유해약물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10점 만점 평균 8.0점). 유해약물과 마약류에 대한 접근이 “쉽다”고 응답한 비율도 각각 75.4%, 58.0%로 나타났다. 위험 인식과 접근 용이성이 공존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확산 요인으로는 △인터넷·SNS를 통한 정보 접근 △미디어 노출 △자극적 유흥환경 △또래 권유와 호기심 등이 지목됐다.
해외 사례 분석(미국 독일 일본 호주) 결과, 4개국은 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수요 감소·공급 차단·피해 감소를 병행하며 △중앙-지방 간 역할 분담 △지역사회 협력 △증거 기반 예방 프로그램 △치료·재활과 사법 연계 제도를 강화하고 있었다.
또한 △합법 약물과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포괄적 규제 △온라인 유통·광고 통제 △학교 단계별 예방교육 제도화 등 전략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배 연구원 등은 “청소년 유해약물 문제는 낮은 발생률에도 불구하고 조기 노출, 디지털 확산 구조, 성과 압박 환경, 예방교육의 실효성 한계가 결합된 다층적 위험 구조를 지닌다”며 “피해 감소와 치료 중심 패러다임 확립, 중앙-지방 책임 분담과 지역사회 협력 강화, 근거 기반 조사·평가 체계 구축, 참여형 예방교육 확대, 온라인 플랫폼 및 비마약류 규제 강화, 치료·재활 우선의 사법 연계 체계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