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당긴 ‘세제 개편’ 방아쇠

2026-04-20 13:00:20 게재

부동산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법안 이어

가업상속공제도 ‘요건 강화’ 개정 움직임

소액주주 위한 배당소득 세제 개편도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석상을 통해 부동산 장기보유특별공제와 가업상속공제 등 세제 개편 의지를 잇달아 밝히면서 소득세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행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특정 계층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대통령이 직접 개편 방향을 제시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되는 양상이다.

현재 논의되는 세제 개편 대상 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이나 투자용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나”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1주택자는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으며, 12억원을 초과하더라도 10년 이상 보유하거나 거주한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80%(보유 40%, 거주 40%)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 의원 10명은 현행 장특공을 폐지하고,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평생 동안 2억원까지만 감면해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상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집 한 채 가진 실거주 국민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기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자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SNS를 통해 “명백한 거짓 선동”이라며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실거주하지 않고 시세 차익을 위해 사둔 주택을 장기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생각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투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보고 있다는 맥락”이라며 “당에선 세제 개편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같은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폐지 방침을 뒤집기 또는 물타기 하는 것이냐”면서 “민주당도 장특공을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여야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또한 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따라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기업 영속성 유지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부유층의 상속세 절감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라며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상을 필요한 곳만 콕 집어서 확실하게 축소하고 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일반 시민들이 심의하도록 절차도 엄격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강경한 기조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법안이 나오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공제 대상을 ‘백년소상공인’ 및 숙련 기술 계승 업종으로 한정해 상장기업을 제외하고, 공제 한도를 현행 최대 6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15일 밝혔다. 법안에는 대상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고 사후관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복원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소액주주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개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10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고배당 기업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오너 일가 등 지배주주에게만 집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지배주주에게 이익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고, 일반 주주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설계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 세제 상품이나 전용 공제 제도가 도입될지 주목된다.

장특공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축소 등을 두고 여야 간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향후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장특공 폐지) 법안 통과를 추진할 경우 재경위 조세소위원장으로서 논의 자체부터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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