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소권 남용 피해자에 사과할까
구자현·송경호 ‘조작기소 국정조사’에 잇단 반발 메시지
“국정조사, 재판에 영향 안된다 … 삼권분립 정면 도전”
정성호 “검찰권 남용 피해자들에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검찰이 과거 검찰권(공소권) 남용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국회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둘러싼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과거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대한 자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성호 장관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왜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반성과 성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과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정치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에 대해 반발 메시지를 잇따라 내자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정 장관이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앞서 구자현 대행은 지난 17일 퇴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국회 국정조사 기간에 일어난 대장동 수사 검사의 극단적 시도와 관련해 “참담한 마음”이라며 또 어떤 국정조사도 재판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사안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 14일 직무대행 후임자로 임명된 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1차 기관보고에서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재판 중인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와 법과 원칙에 따라 실무를 담당했던 검사들의 증언은 필요 최소한으로 해주실 것을 말씀드린 바 있다”고 했다.
구 대행은 그러면서 “이후 진행된 국정조사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들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주장으로 적법절차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공격받는 반면 해당 사건의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한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소환됐다”며 “충분한 진술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고 인신공격을 받는 사례마저 발생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저와 각 검찰청의 기관장들은 국정조사에 충실히 임하겠으니, 향후 국정조사에서는 당시 평검사나 수사관들에 대한 증인 채택은 철회해 달라”며 “반드시 소환이 필요한 경우에도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진행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어떤 국정조사도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향후 남은 기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번 국정조사를 진행해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허리를 숙였다.
구 대행에 이어 송 전 지검장도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두고 현행법 위반이자 삼권분립에의 도전이라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송 전 지검장은 윤석열정부 당시 이재명 대통령 관련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책임자이다.
송 전 지검장은 19일 A4 용지 7장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현재 진행 중인 국정조사는 헌법과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해 사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헌적 행위”라며 “입법부가 국회라는 권위를 내세워 사법부 역할을 수행하고 ‘조작 기소’라는 정치적 판결을 해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 국정조사 대상 7개 사건 중 상당수가 재판 중이다.
송 전 지검장은 이어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하는 국정조사는 현행법 위반이고, 공판을 수행 중인 검사와 사건 당사자를 소환해 신문하는 것 자체가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는 위법”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평검사와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소환돼 모욕적인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고,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며 “일선 수사 인력에 대한 인권 침해와 기능 무력화”라고 덧붙였다.
앞서 송 전 지검장은 지난 16일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에 출석해 증언했다.
이런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자 정 장관이 자성을 촉구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정 장관은 “‘검찰 무오류’라는 자기 확신 속에서 자신의 잘못에는 침묵하고 타인의 허물에는 가혹했던 오만함과, 더 큰 권력을 쥔 뒤에는 정적을 향해 사냥을 벌이던 잔혹함이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며 “일부 정치 검찰의 과오였다고 항변해도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현실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검찰이 처한 어려운 현실과 다수 검사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지만, 국민은 검찰이 국민에게 가한 아픔과 고통에 대해 책임 있게 사과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의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들에게도 형식적인 유감 표명이 아닌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검찰에 요구한 상황에서 검찰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을 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