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에도 거리로 나선 장애인들

고용률 34%…기업 3곳 중 1곳 미고용

2026-04-20 13:00:37 게재

의무고용제 이행률 42.4% … ‘부담금 내고 고용 회피’ 구조 고착 우려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도심에서 장애인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광화문과 국회 일대에서는 결의대회와 행진, 오체투지가 이어졌고 일부 단체는 1박 2일 농성에 들어갔다. 탈시설, 인권, 복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지만 현장에서는 “결국은 일자리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07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투쟁단은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행진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장애인 시설 내 학대 사건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나섰다.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들도 별도 집회를 열고 시설 거주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했다.

요구는 갈렸지만 공통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생존 문제로 수렴됐다. 이동권과 탈시설 논쟁 역시 결국 노동시장 진입과 직결된 과제라는 점에서다. 실제 고용 지표를 보면 이러한 문제 제기의 배경이 드러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34%로 전체 인구(63.8%)의 절반 수준이다.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제한돼 있는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취업 이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장애인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215만3000원에 그쳤고, 단순노무 종사 비중은 31.3%로 높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무 비율도 40.9%에 달해 불안정 노동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고용의 질이 낮고 직무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고용 유지도 쉽지 않다. 장애인은 취업 이후에도 비자발적 퇴직을 경험하며 노동시장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채용 중심 정책이 유지 중심 정책으로 전환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현실 뒤에는 제도와 현장의 괴리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정 비율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미이행 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의무고용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의무고용 이행률은 42.4%에 그쳤고,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 비중도 33.4%에 달한다. 특히 1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58.5%가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제도가 고용을 강제하지 못하고 비용 선택을 허용하는 구조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부담금은 최저임금의 60~100% 수준으로 월 130만원에서 210만원대에 그친다. 반면 실제 고용에는 인건비뿐 아니라 근무 환경 개선, 보조 인력 지원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고용 회피 구조’가 아니라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인근 버스정류소에서 이동권 보장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기업 규모별 격차도 크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미고용 비율이 높아 고용 기반 자체가 취약하다.

해외는 접근이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는 의무고용률을 5~6%로 높이고,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에는 부담금을 크게 높이는 ‘중과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국내는 의무고용률이 3% 수준에 머물고 완전 미고용 기업에 대한 제재도 약하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부담금 상향과 공공기관 평가 반영, 미이행 기업 제재 강화 등을 담은 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단순한 부담금 인상만으로는 실제 고용 확대와 유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의 인식 역시 냉정하다. 직장갑질119 조사에서 직장인의 76.7%는 한국이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85.7%가 ‘일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차별은 여전히 일상적이다. 장애인 채용과 관련해 편견이나 차별 분위기가 있다고 본 응답은 46.2%였고, 장애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7.4%에 달했다. 절반 이상은 직장 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결국 장애인의 날 거리로 나선 이유는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제도는 고용을 늘리는 장치라기보다 고용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며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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