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미 재무부에 달러 유동성 지원 요청
“전쟁 장기화 선제 대비”
달러 패권에 암묵적 위협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달러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금융 안전망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UAE 측은 현재까지는 전쟁의 최악의 경제적 충격을 피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금융 안전망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의는 전쟁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UAE의 위상을 훼손하고, 외환보유고를 고갈시키며, 투자자들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실제로 이란의 공격으로 UAE의 석유·가스 인프라가 피해를 입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을 통한 원유 수출길이 막히면서 핵심 달러 수입원이 차단된 상태다.
통화스와프는 통상 연준이 운용하지만, 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UAE와의 스와프 라인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준은 미국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파급 효과가 우려되는 경우에만 스와프를 제공해왔으며, 현재 영국·캐나다·일본·스위스·유럽연합(EU) 중앙은행과 상시 계약을 맺고 있다. 재무부가 독자적으로 운용하는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한 대안도 거론된다. 재무부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 200억달러 규모의 스와프를 이 기금을 통해 지원한 바 있다.
주목할 대목은 UAE가 협상 과정에서 “달러가 부족해지면 중국 위안화나 다른 통화로 원유 거래를 전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달러 패권에 대한 암묵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국제 원유 거래에서 달러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달러 패권의 핵심인 만큼, 미국으로서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신호다.
UAE 디르함화는 달러에 페그(고정)되어 있으며 27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로 뒷받침되고 있지만, 자본 유출 위험과 주식시장 변동성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UAE의 재정 여력이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원유 수출 차질과 인프라 피해가 전망에 명백한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걸프 국가들은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아부다비는 이달 골드만삭스 등을 통해 약 40억달러를 사모 방식으로 조달했고, 바레인은 UAE와 약 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 무함마드 알자단은 “설령 전면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유조선 운항 정상화에만 6월 말까지 걸릴 수 있다”며 빠른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