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CU 물류집회 사망사고 파장 확산

2026-04-21 13:00:26 게재

경찰 수사 착수·노조 원청 책임 주장

정부 “대화 구조 부재가 근본 원인”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집회 현장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전담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를 둘러싸고 노조와 경찰, 회사, 정부 간 책임 공방이 확산되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20일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본청 감사관실 중심으로 신속한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에는 전담 수사팀이 꾸려졌으며, 사고 차량 운전자는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유가족에 대한 심리 상담 등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사고는 20일 오전 10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발생했다. 집회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이 물류센터를 빠져나오던 2.5톤 화물차를 막아서다 충돌했다. 이 사고로 50대 조합원 1명이 숨지고, 다른 조합원 2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물류센터를 빠져나오던 화물차를 조합원들이 도로에서 막아서고, 충돌 이후에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차를 둘러싼 충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집회 과정에서는 경찰 기동대원 1명도 타박상을 입는 등 추가 부상자가 발생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경찰과 원청에 동시에 돌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연좌 농성 조합원을 밀어내며 대체 차량 출차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경찰 대응을 비판했다. 또 “원청이 교섭을 거부한 채 대체 차량 투입을 강행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응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반면 회사측은 물류 구조상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진상 규명과 함께 제도적 한계를 언급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적용 문제와는 별개로 보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사안은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법 적용과 직접 연결하는 데 선을 그었다. 이어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한 지위에 있는 당사자들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집회에 참여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정부는 이들을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 대상이라기보다 별도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집단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화물연대는 원청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좌우하고 있다며 사용자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법원 판결에서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한 사례가 나오면서 노동3권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 사고가 아닌 구조적 충돌의 결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 출입 차량과 집회 참가자가 동일 공간에서 충돌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위험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이동을 유지하려는 측’과 ‘이동을 막으려는 측’이 도로 위에서 직접 맞서고, 여기에 경찰 통제까지 더해지면서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결국 이번 사망사고는 물류 산업의 다단계 구조, 원청 책임 논쟁, 공권력 대응, 노동쟁의 방식이 결합된 복합적 사고로 평가된다. 집회와 물류가 같은 공간에서 충돌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한 유사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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