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조작기소’ 개입 의혹 도마
국조특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청문회
새 증거 없는데 ‘월북’ → ‘월북 아니다’ 번복
‘부동산 통계’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 공방
국회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1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 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검찰이 이들 사건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현 전 국정원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 비서관, 최혁 서울고검 검사, 손종국 감사원 외교국방감사국 감사관,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 봉지욱 전 뉴스타파 기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한 가운데 오후 늦게까지 여야 특위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실종된 후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 해안에서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표했지만 윤석열정부 국정원은 문재인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을 고발했고,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청문회의 쟁점은 이처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는 과정에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국정원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다.
이미 지난 9일 국조특위 기관보고 등에서는 검찰 기소에 대통령실 등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 직후 특별히 안보상 이슈가 전혀 없었음에도 2022년 5월 24일과 26일 이틀간 NSC(국가안보회의)를 개최했고, 이후 해경은 새로운 증거나 상황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월북이 아니다’라는 발표를 했다”며 “이는 NSC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결정을 번복하게 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NSC에 검사 출신이자 윤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당시 법률비서관을 맡았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주 의원이 서해 피격 조작의 핵심 기획자이자 가담자라는 강력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기관보고에서는 당시 국방부와 해경에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목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구 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은 “2022년 6월 10일 안보실 1차장 주관 회의에서 협의 결과를 바꿔 ‘월북이 아니라 조작한 것’이라는 식으로 수정하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박선원 민주당 의원 질의에 “국방부는 새로운 사실이 없어 추가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보고했는데 거기(안보실)에서 직접 수정도 하고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런 조사도 없고 새로운 증거도 없었는데 김태효가 찍찍 긋고 새로 수정해서 그대로 국방부와 해경이 발표하라고 한 것 아니냐”는 박 의원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김 전 차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오후 2시 30분~4시 30분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박 의원은 앞서 기관보고에서 윤석열정권 출범 후 최혁 검사를 국정원에 감찰심의관으로 보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국정원 비밀정보와 한미연합특수정보(SI)를 무단 열람하고 검찰에 유출한 의혹도 제기했다.
부동산 통계조작 사건과 관련해선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 문재인정부가 통계를 조작해 집값 폭등을 감추려 했다며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22명을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이들 중 11명을 기소했다.
당시 감사원 감사를 받은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은 감사원 감사가 폭압적이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특위에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감사관으로부터 ‘덤터기 쓰고 징역 받을 수 있다’ ‘혼자 다른 대답하는데 그러면 당신이 주범이냐’는 압박성 발언을 들었다는 국토부 직원의 진술과 ‘감사가 이 상태로 끝나면 부동산원만 다친다’는 말을 들었다는 부동산원 직원의 진술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는지를 놓고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허위 내용이 담긴 인터뷰를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했다며 뉴스타파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실제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최초 사업자였던 이강길 전 씨쎄븐 대표는 지난달 10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1년 대검 중수부 수사관이 ‘조우형이 다른 사업장에서도 돈을 받은 걸 알고 있는데 대장동 시행사도 돈을 줬느냐’고 물어서 ‘일반적인 컨설팅 수수료다’라고 답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조씨의 불법 대출 수수료 문제를 몰랐고 수사대상도 아니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