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동의청원 입법 반영 5% 그쳐

2026-04-22 13:00:09 게재

영국 10만명 이상 청원, 웨스터민스터홀에서 공개 토론

여가위 청원소위, 이해관계자 토론 진행했지만 ‘비공개’

추가되거나 변경된 상임위까지 포함해 20개 상임위 중에서 2년 가까운 임기 동안 청원심사소위를 한 번이라도 연 곳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행정안전위, 여성가족위 등 3곳뿐이었다. 게다가 단 한 차례씩만 열었다.

지방선거 현수막 사용 중단 촉구 국민청원 캠페인 자원순환사회연대 회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정당 홍보 및 선거 현수막 사용 중단 국민청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청원소위를 개최한 청원소위 위원장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없었다. 김장겸 의원, 이달희 의원, 서범수 의원 등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회의 내용은 대부분 ‘법안소위 회부’였다. 12건은 ‘본회의 부의하지 않는 안건(불부의)’으로 결정했다. 일부만 ‘계속 심사’로 넘겼다. 국민들의 효능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결과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전진영 선임연구관과 김현아 입법조사관보는 최근 내놓은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운영현황과 쟁점’보고서를 통해 “22대 국회에서 청원성립 가능성이 이전 대수 대비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소관 위원회 심사 결과 실제 입법이나 정책변화로 이어진 청원은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전 연구관 등에 따르면 20대와 21대 국회에서는 등록 청원의 0.4%, 성립 청원의 5.1%만이 입법에 반영됐다. 이들은 “낮은 입법 연계성은 영국과 독일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며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의미는 실제 입법정책의 변화보다는 공식 정치과정에서 국민의 정책관심과 선호 표현 및 정치효능감의 증진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자청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의회의 경우 청원심사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일정 규모 이상의 동의를 확보한 청원은 단순히 소관 위원회 회부에서 그치지 않고 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를 열어서 토론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웨스터민스터홀에서 공개적으로 토론에 부쳐진다. 의원들의 토론과정이 공개되면서 청원인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의회에서 논의됐다는 점에서 정치효능감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전 연구관은 2017년에 영국 하원이 전자청원을 통해 190만명이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을 막자’는 청원을 놓고 웨스터민스터홀에서 토론에 부친 사례를 제시하며 “내각은 청원의 목적에 반대했지만, 많은 하원의원이 국빈 방문 취소에 찬성했다. 전자청원의 목적은 정책변화 자체가 아니라 주권자의 의견과 선호에 의회와 의원이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3일 여가위 청원심사소위에서도 ‘미군 위안부 기지촌에 대한 국가의 사과 촉구와 경기 동두천시 기지촌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에 관한 청원’과 관련한 심사에서 실제 피해자와 동두천시 담당국장이 나와 심도 있는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이 내용은 국민들에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은 채 회의록으로만 남아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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