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에 한글만 써도 팔리는데” K-리커머스, ‘낡은 세제’에 발목

2026-04-22 13:00:09 게재

박수영 의원, 리커머스 산업 활성화 토론회 개최

매출 전체에 부가세 부과 … “이중과세 해소 시급”

대한민국 중고거래 시장이 개인 간의 물품 교환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신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한 ‘리커머스’(Re-commerce) 산업이 새로운 수출 효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과세 체계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K-리커머스! 새로운 산업으로, 세계시장으로’ 토론회에서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리커머스 업계의 도약을 막는 걸림돌로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매입세액 공제’ 문제를 꼽았다.

현행법상 일반 사업자는 물건 매입 시 세금계산서를 통해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받는다. 하지만 개인으로부터 물량을 확보하는 리커머스 업체는 증빙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로 인해 업체들은 실제 수익인 ‘마진’이 아닌 ‘전체 매출액’의 10%를 세금으로 부담하는 왜곡된 구조에 놓여 있다. 예를 들어 업체가 개인에게 100만원에 매입한 중고폰을 120만원에 판매할 경우 창출된 부가가치인 20만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전체인 120만원에 대해 과세가 이뤄지는 것이다.

장문경 가천대 교수는 “마진 대비 과도한 세 부담으로 인해 이중 과세의 경제적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공식 유통 사업자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장을 저신뢰 거래로 기울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과거 중고자동차 수출 시장이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성장한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이한수 번개장터 이사는 “중고차 수출 실적은 2005년 약 3억6000만달러에서 2023년 약 47억8000만달러로 급증했는데, 그 배경에는 ‘의제매입세액공제’라는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다”면서 “이 제도를 중고폰 등 수출용 중고품으로 확대 적용하면 리커머스 산업 성장과 역직구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중고차와 일부 재활용 폐자원에만 적용되는 이 특례 제도를 중고폰이나 의류 등 수출용 중고품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수영 의원이 수출 중고품에 대해 공제 혜택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는 제도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거래 불투명성, 부당공제 우려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익 딜리버드코리아 대표는 “플랫폼 거래는 결제 및 물류 데이터가 실시간 기록되며, 특히 수출은 관세·외환 기록과 수출신고필증이 생성되므로 국내 거래보다 검증이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팬들이 K-팝 중고 굿즈를 구매하며 화장품 등 신상품을 함께 결제하는 ‘합배송’이 활발하다”며 “중고상품 수출이 폐기물을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신규 상품 소비를 진작하는 트리거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리커머스 시장은 2025년 4789억달러(약 707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2025~2034년 연평균 12.6%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한국은 전 세계적인 K-콘텐츠 열풍 덕분에 강력한 ‘K-어드밴티지’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돌멩이에 한글만 써도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K-팝 굿즈 등 한국 중고물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박수영 의원은 “리커머스는 자원 재순환을 통해 ESG 가치를 실현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이라며 “단기적인 세수 감소 우려보다는 신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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