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물류집회 사망’ 수사 속 교섭 착수

2026-04-22 13:00:01 게재

화물연대·BGF로지스 상견례 … 사태 수습 국면

살인수사 전환 속 원청 책임·노봉법 논쟁 지속

경남 진주 CU 물류센터 앞 집회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진 가운데 노조와 사측이 교섭에 착수했다.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건은 형사 판단과 제도 논쟁 속 대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고 차량을 운전한 A씨를 당초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으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차량이 피해자를 들이받은 뒤 멈추지 않고 주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당시 현장 통제 상황과 차량 이동 경로를 중심으로 고의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는 20일 오전 10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발생했다.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이 물류센터에서 나오던 2.5톤 화물차를 막는 과정에서 충돌했다. 이 사고로 50대 조합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공개된 영상에는 조합원들이 도로에서 차량을 막아서고, 충돌 이후에도 차량이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출차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와 차량 간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이후 현장은 격화됐다. 화물연대는 전국 조합원 총집결을 선언하고 진주 현장에 약 2700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임시 분향소가 설치됐다. 노조는 “책임자 처벌”과 “원청 사과·교섭”을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영정을 들고 추모 행진이 이어졌다.

노조는 사고 책임을 경찰과 원청에 돌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연좌 농성 조합원을 밀어내며 차량 출차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고 대체 차량을 투입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CU의 물류는 물류센터–운송사–기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계약 구조로 운영된다.

이런 가운데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도 시작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22일 BGF로지스와 교섭에 착수했다. 이날 오전 진주노동지청에서 양측 대표가 상견례를 진행했고, 오후에는 대전역 인근에서 실무교섭 상견례가 이어질 예정이다. BGF로지스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다. 이번 교섭은 사망 사고 이후 첫 공식 대화라는 점에서 향후 갈등 해소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진상 규명과 함께 제도 문제를 언급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안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적용 대상과는 별개로 보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사안은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취약한 지위의 개인사업자가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유사 갈등 재발 방지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화물노동자는 개인사업자 형태지만 운임과 물량, 노동조건은 원청이 좌우한다”며 “정부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노란봉투법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화물노동자의 지위다.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지만 실제로는 원청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실질 노동자’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문제는 오래된 논쟁이다. 1990년대 이후 물류 외주화가 확산되면서 화물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볼지 노동자로 볼지를 두고 갈등이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법원이 일부 판결에서 노조 지위를 인정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구조적 충돌로 보고 있다. 물류를 유지하려는 측과 이를 막으려는 측이 같은 공간에서 맞서는 구조라는 것이다. 안전 관리 책임이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물류 구조와 원청 책임, 노동자 지위 논쟁이 겹친 사례라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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