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청문회…틸리스·재산·금리 삼중고
트럼프 연준 구상 첫 시험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21일 오전10시(미국 동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섰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순히 “금리를 내릴 사람이냐”가 아니었다. 공화당 내부 반대, 최소1억9200만달러에 이르는 부부 자산, 그리고 실제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경제 여건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청문회는 2시간 넘게 이어졌고, 민주당 의원들은 워시의 자산 공개와 연준 독립성을 집중 추궁했다. 워시는 “투자는 가능한 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하겠다”며 “현금과 비슷한 수준의 매우 평범한 자산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립적인 행동을 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결정을 미리 정하거나 약속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정치 변수는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연준 본부 개보수 사업을 둘러싼 미 법무부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 워시 지명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다시 못 박았다. 민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은행위 소속인 틸리스 한 명만 돌아서도 워시 인준안은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
틸리스는 청문회에서 “이 수사는 겉으로 봐도 가짜처럼 보인다”며 “이 조사를 끝내야 워시 지명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조사가 없었다면 다음 주나 그다음 주에는 위원회를 통과시켰을 것”이라고도 했다. WSJ는 예측시장 칼시에서 워시가 파월 의장 임기 종료일인 5월 15일 전까지 인준될 가능성을 24%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재산 문제도 청문회의 핵심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워시와 배우자 제인 로더의 신고 자산은 최소 1억9200만달러다. 제인 로더는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 창업가 일가의 상속인이자 이사회 이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시가 본인 명의로 1억달러가 넘는 금융자산을 신고했지만 일부 대형 투자자산의 세부 내역은 비밀유지 계약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워시를 두고 “트럼프의 꼭두각시”라고 공격하며, 공개하지 않은 자산이 트럼프 일가 관련 회사나 중국 통제 기업 등에 투자돼 있는지 따져 물었다. 워시는 직접 답을 피했다.
정작 시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금리다. 워시는 “미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물가 급등에 대해 “지난 40~50년 사이 가장 큰 정책 실패”라고 평가하며, 2020년 연준이 물가가 2%를 넘어도 용인하도록 틀을 바꾼 것이 지금의 물가 급등의 토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과거처럼 쉽게 금리 인하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높여 물가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기존 주장에 대해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공화당 존 케네디 상원의원이 “AI 이야기가 주식을 팔기 위한 과장일 수 있다”고 경고하자, 워시는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다시 뛰면서 금리 인하 논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연준 운영 방식도 바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시는 “진실을 찾는 것이 반복보다 중요하다”며 매 회의마다 기자회견을 여는 현재 방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또 연준이 금리 전망을 미리 시장에 알려주는 ‘선제 안내’ 방식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도 인간이기 때문에 한번 내놓은 전망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청문회는 한 사람의 인준 문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구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시험하는 자리였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