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된 AI 이익…‘AI 사회보장세’ 도입 검토해야

2026-04-23 13:00:05 게재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소수에 이익 집중되면

혁신 지속가능성 위협”

2026년 범정부 AI 예산이 10조원 넘게 책정되며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입이 이뤄지고 있다. 유례없는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AI가 초래할 고용 불안과 소득 불평등 등 ‘사회적 전환 비용’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AI가 창출하는 초과 이익을 환원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AI 사회보장세’ 논의에 국회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1일 낸 ‘글로벌 AI 투자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정부 전체 R&D 예산(35조5000억원) 중 AI 분야에 확정된 금액은 약 10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28.5%에 달한다. 이는 2025년 예산인 3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3.2배나 급증한 수치다. 단일 기술 분야에 단기간 내 이토록 막대한 자본이 집중된 것은 우리 재정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문제는 가파른 투자 확대에 비해 성과를 안착시킬 법적·제도적 인프라는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AI 기술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일자리 대체, 소득 불평등 심화, 데이터 독점 등 구조적인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현재 AI 투자의 성과는 소수 대기업에 집중되는 반면,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반 국민이나 AI 도입 비용 부담이 큰 중소기업은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지만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되는 구조는, AI 투자에 대한 사회적 반발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혁신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면서 “AI가 창출하는 가치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공유된다는 인식이 형성될 때 AI 투자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지지 기반도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기술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AI 사회보장세’ 도입을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인공지능기본법’ 내에 ‘데이터 배당’ 체계를 명문화해 데이터 제공자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돌아가는 메커니즘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배 정책과 함께 민간 투자 활성화를 막는 ‘이중 규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기업들은 ‘인공지능기본법’과 함께 의료기기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개별 산업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는 혼란을 겪고 있다.

보고서는 “규제 불확실성은 AI 투자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특히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중소기업의 AI 도입을 저해하는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AI 적용 분야별 규제 충돌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규제 간 우선 적용 원칙을 명확히 정비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 투자의 구조적 비효율성도 지적됐다. 현재 범정부 AI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5.1조원), 산업통상자원부(1.1조원)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부처 간 칸막이식 집행이 정보 공유 부재와 중복 투자를 야기해 예산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분야의 편중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보고서는 정부 예산이 가시적 성과 측정이 용이한 하드웨어 인프라(GPU 도입 수량, 데이터센터 구축 면적 등)에 과도하게 치우쳐 있다면서 정부 투자의 중심을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나아가 우리 제조업 기반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피지컬 AI’와 ‘응용 서비스’ 생태계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14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과 320조원 규모의 한국투자공사(KIC) 등 공적 기금이 국내 AI 벤처의 앵커 투자자로 기능할 수 있도록 운용 기준을 정비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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