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전, 의회가 멈춰 세울까

2026-04-23 13:00:02 게재

전쟁권한법 60일 마감 임박 … 공화당 내부도 기류 변화 조짐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가 비공개 오찬 회의를 마친 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과 함께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해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브리핑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대이란 군사작전이 다음 달 1일(현지시간) 중대 고비를 맞는다. 뉴욕타임스(NYT) 2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2일 의회에 이란 작전을 공식 통보했고, 이에 따라 전쟁권한법상 60일 시한이 5월1일 끝난다. 1973년 제정된 이 법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60일 안에 병력을 철수시키거나 의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사실상 엄호해왔다. 미 하원은 지난 3월 5일 이란전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를 219 대 212로 부결했다. 상원도 민주당의 전쟁 중단 시도를 잇달아 막아섰다. AP는 상원이 22일에도 같은 취지의 결의를 47 대 52로 부결시켰다고 전했다.

하지만 60일 시한이 다가오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NYT는 존 커티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60일을 넘는 군사행동은 의회 승인 없이는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 외교위원장도 “60일 이후에는 표결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대통령 편에 섰던 공화당도 시한이 지나면 더는 무제한으로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장 정석은 의회에 전쟁 승인을 요청하는 것이다. 아니면 미군 개입을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 법에는 안전한 철군을 위한 30일 연장 조항도 있지만, 이는 공격 작전을 계속하라는 허가는 아니다. NYT는 이 연장이 병력 철수를 위한 일회성 장치일 뿐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백악관이 시한 자체를 우회하려 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 범위를 밀어붙이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NYT도 오바마 행정부가 2011년 리비아 군사작전 때 60일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전례,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예멘 관련 전쟁권한 결의에 반발한 사례를 함께 거론했다. 즉 법 문구보다 정치적 힘겨루기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쟁을 끝내기 쉽지 않은 이유는 전장 밖에도 있다. 로이터는 20일 이란이 미국과의 종전협상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장애물도 여전하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항만 봉쇄와 압박이 “진정한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반발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2일 미국을 향해 “세계는 당신들의 끝없는 위선적 수사와 말과 행동의 모순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란은 종전 조건도 낮추지 않고 있다. AP에 따르면 모즈타바 페르도시 푸르 이집트 주재 이란 외교대표부 수장은 “우리는 다시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 전쟁 종료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말리크 알후티도 최근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이는 적과의 계속되는 충돌 속 일시적 휴전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5월 1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수행 방식에 의회가 처음으로 본격 제동을 걸 수 있는 정치적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란이 강경한 종전 조건을 고수하고 미군도 외교 실패 시 재개전을 열어두고 있어, 워싱턴의 시계와 중동 전장의 현실이 엇갈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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