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지하철에 한국 열차…한·베트남 인프라 협력 확대

2026-04-23 13:00:06 게재

이 대통령, 베트남 국빈방문 3일차 … 정상회담 이어 지도부 회동

“싱가포르·필리핀·인도네시아 이어 릴레이 아세안 정상외교”

이 “대한민국 한강과 베트남 홍강 만나 공동번영의 큰 바다로”

의장대 사열하는 한-베트남 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베트남을 국빈 방문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또 럼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일부 노선 공사에 착수한 호치민 지하철 2호선에 한국 열차를 수출하기로 하는 등 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성과를 거뒀다. ▶관련기사 17면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가 서열 2, 3위인 국무총리 및 국회의장과 연쇄회동했다. 먼저 레 밍 흥 총리와 면담을 가진 후 쩐 타인 먼 국회의장과 면담 및 오찬을 함께 한다.

오후에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교역·투자 확대는 물론 인공지능(AI), 과학기술, 에너지 전환 등 미래 협력 의제가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이번 순방에 동행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 HD현대 정기선 회장, GS 허태수 회장, CJ 손경식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두산그룹 박지원 부회장 등 기업인들이 모두 참석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서열 1위인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을 만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기로 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3일 서면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발전 방안과 지역·국제정세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이 대통령은 특히 서로가 첫 국빈 접수국으로 상대국을 선택한 것은 양국이 얼마나 특별한 관계인지 잘 보여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회담 후 12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인프라 협력 강화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 간 굳건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내일(23일) 베트남 호치민시 도시철도에 대한 한국의 철도 차량 수출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베트남의 철도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트남이 추진 중인 대형 교통, 물류 인프라 사업에서 양국 간 협력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신도시, 신공항 사업을 통해서도 양국 인프라 협력의 모범사례를 많이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호치민 도시철도 건과 관련해 현대로템은 현지 대기업과 최대 5000억원 규모의 철도 차량 수출 관련 업무협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1조1000억원 규모의 동남신도시 1지구 개발 사업 및 1027억원 규모의 쟈빈 신공항 운영 컨설팅 등 베트남 국책 인프라 사업에 대한 한국의 호혜적 협력 의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관련 협력 강화 가능성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에 체결된 ‘원전 개발 협력 가능성 검토에 관한 MOU’와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가능성 검토에 관한 MOU’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규 원전 사업권 확보 기반이 구축됐다.

베트남은 2035년까지 2~3.2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위해 해외 파트너를 모색 중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교역·투자 협력 확대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500억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교역·투자 협력을 더욱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면서 열처리가금육 상호 수출 합의 사실을 알렸다.

이와 관련해 ‘동물 위생 및 검역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농축산품 교역 증진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베트남의 육류시장 규모는 약 110억달러로 추산된다.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안전성 협력 MOU’도 양국의 식품 안전 증진을 통한 교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과학기술혁신 협력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분야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을 확대하고, ‘디지털 협력 MOU’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공식환영식부터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MOU교환식, 공동언론발표, 국빈만찬까지 약 6시간 가량을 함께하며 개인적 유대도 돈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국빈만찬에서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노이를 품고 흐르는 홍강이 이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다”면서 “함께 나눈 비전과 약속들이 수많은 협력의 물줄기가 되어, 마침내 양국 공동 번영이라는 큰 바다에서 함께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럼 서기장은 “한국 된장처럼 오랜 시간 숙성될수록 깊어지는 베트남 ‘드엉번’ 된장의 풍미는 양국의 우정과 같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고 견고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규연 수석은 “이번 국빈 방문은 올해 싱가포르·필리핀 방문, 인도네시아 대통령 국빈 방한 접수에 이은 대아세안 릴레이 정상외교의 일환”이라면서 “핵심 협력국인 베트남과 정치·경제·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최상의 파트너십을 완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노이=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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