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정수’국회가 좌우…선관위·경실련 “이해충돌…독립 기구로”
정개특위 이해관계 조율하느라 선거 46일전에야 확정
선관위 “출마자 재등록” … 유권자·출마자 모두 혼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방선거 선거구를 결정한 이후 곳곳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이해관계에 따라 지방의회 선거구와 정수에 대해 논의하다보니 확정일이 늦어지면서 유권자의 투표권과 출마자의 피선거권이 모두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광역시도 중심의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의 조정내 조정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등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와 같이 별도의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를 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23일 민주당 모 중진 의원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을 보면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선거인데도 별표 형태의 부칙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꼼꼼하게 깨알같이 선거구를 획정해 놓고 있다”면서 “이것은 혹시 광역시의 기초선거 선거구 획정을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공직선거법의 지방선거에 대한 부칙이 무려 17조에 달한다. 여기에는 시·도 광역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구 획정과 정수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내용이 담겨 있다. ‘특례’로 시·군·구 기초의회 의원 선거를 위한 선거구와 정수 조정도 넣어 뒀다.
그러고는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안을 이 법 시행일 후 2일까지 시·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하며 시·도의회는 이 법 시행일 후 9일까지 조례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강제하고 있다. 자치구·시·군의원 선거구 획정위는 24일까지 시·도지사에게 선거구 획정안을 보고하고, 광역의회에서는 다음 달 1일까지 조례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정치개혁특위는 이해상충 문제를 안고 있다. 거대 양당과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 조율이 쉽지 않아 선거구 획정 시한을 넘기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선거구 획정을 담은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46일 전인 지난 18일에 통과했다. ‘선거일 전 6개월’이라는 법정 시한을 크게 넘긴 시점이었다. 선거구 획정 시기가 가장 빨랐던 때는 지난 4회(2006년) 선거로 300일 전이었다. 유일하게 법정 시한을 지켰다. 지난 2022년 8회 지방선때도선거 42일전에야 선거구가 확정됐다.
그러다 보니 지역구 현장에서는 혼란이 적지 않다. 중대선거구제로 전환되거나 선거구 범위가 달라지고 정원이 변해 예비후보 등록을 달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국회의 ‘깨알’ 선거구 획정에도 광역시·도의 시·군·구 선거구 획정위에서 정원을 한도 내에서 조정할 수 있어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을 뺀 독립적인 선거구 획정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선거를 실시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선거구 획정 지연 문제를 해소하려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선거구 획정 업무를 처리하고, 국회는 이를 법률로 의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입법조사처는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중앙 또는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두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도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독립성 강화 및 늑장 획정 근절에 관한 청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과거 2015년 시민사회의 요구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의 독립성을 이뤄냈듯, 이제는 지방선거 선거구 역시 정치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은 21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폐기됐고 아직 22대 국회에서는 입법 발의되지 않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