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 | 규제를 피해 이동하는 시장

유사니코틴 ‘풍선효과’…규제 밖 시장 팽창

2026-04-24 13:00:02 게재

10조 시장 중 비중 미확인 … 성분 불일치·무검증 유통 결합

오픈탱크·시간차 유통까지 겹쳐 ‘제품 규제’ 한계 드러나

규제가 시작됐지만 시장은 이미 다른 길로 이동했다.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으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담배’로 편입되며 제도는 출발했지만, 시장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규제 대상 제품이 등장하자 일부 수요가 규제 밖 제품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제도 도입과 동시에 ‘우회 시장’이 형성되며 시장 내부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도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이 유통돼 실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은 이미 현실화된 상태다.

24일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심은 유사니코틴이다. 이번 개정으로 합성니코틴 제품은 규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가진 신종 물질은 적용 범위에서 제외됐다.

이들 물질은 니코틴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지 않지만, 흡입 시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어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성분 기준으로 설계된 규제 체계가 새로운 물질 출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시장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추정되지만, 유사니코틴 제품 비중은 공식 통계가 없다. 관리 대상이 아닌 상태에서 시장이 먼저 확대된 것이다. 규제는 시작됐지만 시장 상당 부분은 여전히 통계 밖에 놓여 있다. 정책 설계와 실제 시장 작동 사이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는 제도 설계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제품은 ‘무니코틴’으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이나 유사 성분이 검출된 사례가 확인됐다. 표시와 실제 성분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다. 소비자가 제품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오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성분 표시 중심 규제만으로는 실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니코틴 제품 절반 이상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무니코틴’으로 표시된 제품 12개 가운데 7개에서 니코틴이 확인됐다. 일부 제품은 니코틴 함량이 일반 담배 수백개비 수준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표시와 실제 성분 간 괴리가 확인돼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크다”며 “제품 표시만으로는 성분을 판단하기 어려워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조사에서는 유사니코틴 물질도 검출됐다. 니코틴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신종 물질이 규제 범위 밖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의미다. 성분 기준 규제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규제 이후 수요 빠르게 이동 = 규제 도입 이후 시장에서는 제품 간 이동이 빠르게 나타난다. 니코틴 제품은 세금과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는 반면, 유사니코틴 제품은 기존 가격과 유통 구조를 유지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 선택이 규제 대상에서 비대상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형성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소비 패턴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제품군이 분리되면서 시장은 사실상 이원화된다. 규제가 적용되는 영역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가격과 규제 부담이 결합되면서 소비 선택이 구조적으로 이동하는 환경이 형성된다는 분석이다.

유통 단계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일부 유통업체는 규제 대상 제품 대신 유사니코틴 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두 제품군이 혼재된 형태로 판매되는 사례도 확인된다. 제도 변화에 맞춰 유통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모습이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성분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할 경우 시장은 그 기준 바깥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사용 방식이 만든 우회 구조 = 전자담배는 제품보다 사용 방식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픈탱크 방식은 사용자가 액상을 직접 주입하는 구조로, 다양한 물질을 혼합해 사용할 수 있다. 제품이 규제 대상이라도 실제 사용 단계에서는 다른 물질로 대체될 수 있다.

이 경우 제조 단계 성분 관리만으로는 통제가 어렵다. 판매 이후 어떤 물질이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도는 제품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실제 사용은 개인 선택에 따라 이뤄진다. 이로 인해 규제 적용 범위 밖에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해지는 구조가 형성된다.

온라인에서는 액상 조합과 사용 방식이 빠르게 공유된다. 제품보다 사용 환경이 더 빨리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규제 대상 제품을 통제하더라도 실제 사용 단계에서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어 제도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어떤 물질이든 주입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물질이 흡입 형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에서는 제도와 실제 사이 시간차가 존재한다. 유해성분 검사를 의뢰한 이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제품 유통이 가능하다. 제도상 허용된 절차지만 결과적으로 성분 검증 이전에 유통이 허용된다.

검사 결과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간은 사실상 ‘판매 가능 구간’으로 작동한다. 유통과 검증 사이 간격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셈이다.

검사 체계도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다. 공인 검사기관 수가 제한된 가운데 일부 제품은 사설기관 검사 결과를 근거로 유통된다. 검증 체계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검사 인프라와 시장 확산 속도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전자담배’도 실내 흡연 금지 23일 오전 광주 북구 한 피시방에서 북구보건소 직원들이 실내 전자담배 흡연 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개정된 담배사업법이 시행되는 24일부터는 니코틴을 포함해 액상형 전자담배도 법적 담배에 포함돼 실내 흡연 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연합뉴스

◆판매 전략 변화로 ‘규제 밖 제품’ 전면화 = 규제 도입 이후 판매 전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부 판매 채널은 ‘무니코틴’이나 ‘비과세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다. 규제 적용 여부가 가격과 접근성 차이로 이어지면서 제품 간 경쟁 구도가 재편된다.

온라인·비대면 유통에서는 이 경향이 더 뚜렷하다. 제품 설명보다 가격과 규제 여부가 강조된다. 소비 선택 기준이 단순화되면서 시장 이동 속도도 빨라진다.

소비자 역시 성분보다 가격과 규제 여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이는 규제 설계와 실제 소비 행태 사이 간극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유사니코틴 문제는 담배 제품을 넘어 ‘흡입 물질 관리’ 문제로 확장된다. 기존 니코틴은 일정 수준 연구가 축적됐지만 유사니코틴은 인체 영향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

흡입을 통해 체내로 직접 들어가는 물질 특성을 고려하면 보다 강화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니코틴 여부가 아니라 ‘흡입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관리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결국 규제보다 시장이 더 빨랐다”면사 “제도 설계가 시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관리 공백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품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사용 방식과 유통 구조까지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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