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범, 만찬장 문앞서 체포

2026-04-27 13:00:05 게재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표적 … 트럼프, 백악관 4억달러 연회장 건설 촉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기자단협회 연례 만찬 도중, 한 남성이 행사장 밖에서 경호 인력을 향해 산탄총을 발사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긴급히 대피하고 있다. 이 사진은 영상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장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을 겨냥했다는 수사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장관 대행은 연방 수사관들이 아직 범행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용의자가 “행정부 구성원들을 겨냥하고 있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블랜치 대행은 용의자가 단독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시카고를 거쳐 열차로 워싱턴DC에 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총기 2정을 구입한 사실도 확인했다.

미국 언론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남성이 캘리포니아주 토런스 출신의 31세 콜 토머스 앨런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27일 연방법원에서 정식 기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앞서 지닌 피로 워싱턴DC 연방검사장은 용의자가 폭력 범죄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한 혐의와 위험한 무기로 연방 공무원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사 당국이 용의자와 관련 있다고 본 1000단어 분량 문건을 검토했다며, 이 문건에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한 이유와 대량 총격 계획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문건은 트럼프 대통령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고, 행정부 인사들을 “가장 높은 직위부터 가장 낮은 직위까지” 우선순위에 올렸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용의자가 행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선언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용의자를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고 부르며, 그의 가족이 만찬 전에 코네티컷 경찰에 우려를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가 행사장으로 달려든 장면에 대해 “그는 NFL 러닝백처럼 달려 들어왔다”며 “솔직히 말해 매우 빨랐지만 그들(비밀경호국 요원들)은 그를 그 자리에서 완전히 막았고, 문을 지나가거나 통과하는 데 전혀 가까이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격은 25일 오후 8시 30분께 워싱턴DC 힐튼 호텔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 도중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JD 밴스 부통령은 만찬장 주빈석에 앉아 있었고, 총성이 들리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즉시 이들을 무대 밖으로 대피시켰다. 참석자들은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숨겼다. 비밀경호국 요원 1명은 연회장 밖에서 총격을 받았지만 방탄조끼에 맞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용의자가 산탄총과 권총, 흉기 여러 자루를 소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만찬장이 열린 연회장 바로 바깥에서 벌어졌고, 용의자는 보안 검색 지점을 지나 연회장 입구 쪽으로 달려가다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백악관 경호 방식 논쟁으로 번졌다. FT에 따르면 당국은 용의자가 행사 하루 전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총기를 어떻게 호텔 안으로 들여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안 영상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에 이번 사건이 백악관 부지 안에 새 연회장을 지어야 하는 “정확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백악관에 현재 건설 중인 군사상 극비 연회장이 있었다면 이 사건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충분히 빨리 지을 수 없다”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이번 사건을 백악관 새 연회장 건설 필요성과 연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업은 백악관 이스트윙 옛 부지에 9만제곱피트(약 2530평) 규모로 추진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4억달러의 민간 기부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밝혀왔다. 다만 NYT는 백악관 출입기자협회가 독립 언론단체인 만큼, 백악관 부지 안에서 행사를 여는 데 동의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사건 직후 온라인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도 확산했다. NYT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엑스에서는 ‘연출됐다’는 뜻의 “staged”라는 단어가 26일 정오까지 30만건 넘게 게시됐다. 용의자가 현장에서 사살됐다는 주장도 퍼졌지만 실제로는 체포됐다.

FT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스는 이번 사건이 2024년 펜실베이니아 유세 총격 때와 같은 정치적 효과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용의자가 연회장 안에 들어가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에 아주 가까이 있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이 된 4억달러 규모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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