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 | 제도와 시장 사이의 간극

전자담배 규제 이후에도 청소년 노출 여전

2026-04-27 13:00:10 게재

무인매장·온라인 거래·대리구매 결합 양상

마약·유사니코틴 확산 … 접근 차단 공백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적 ‘담배’로 편입됐지만 청소년 노출은 줄지 않았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시장과 이용 환경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접근 통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를 피해 유사니코틴 제품으로 공급과 수요가 이동하는 조짐도 나타나며 제도 효과를 약화시키는 흐름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품 규제와 실제 이용 환경 사이 간극이 전국적으로 확인된다.

전자담배 유통은 규제 논의와 동시에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 판매점은 2019년 약 500곳에서 최근 2000곳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무인 전자담배 매장과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확산됐다. 사람 개입 없이 작동하는 유통 구조가 늘면서 접근 통제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성인인증 장치 있어도 차단 안 된다 = 무인 판매점은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일부 매장에는 성인인증 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 이용자를 확인하는 절차는 미흡하다. 신분증 인식만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이용자와 신분증 소유자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만료된 신분증이나 출력물로도 인증이 가능한 사례가 확인됐다. 인증 절차가 형식적으로 작동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할 경우 이를 차단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

현장에서는 인증 장치가 있어도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인 유통 구조 자체가 청소년 접근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온라인 유통은 더 취약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메신저를 통해 액상 전자담배가 거래되며, 일부 판매자는 ‘무니코틴’ ‘향료 제품’ 등을 내세워 접근을 유도한다.

일부 판매 채널에서는 연령 확인 절차 없이 가격 안내와 배송 조건이 먼저 제시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수도권 기준 당일 또는 익일 배송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이뤄지고 있다. 비대면 거래 구조가 접근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 거래에서는 ‘니코틴 없음’ ‘규제 대상 아님’ 등의 표현이 사용되며 제품 안전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확인된다. 실제 성분에 대한 설명이나 경고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판매와 무인 매장, 대리구매가 결합되면서 청소년 접근 경로는 유지되고 있다. 오프라인 규제가 강화돼도 온라인을 통한 접근은 유지되는 구조다.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무인 판매와 온라인 유통에서는 실질적인 연령 확인이 어렵다”며 “유통 구조 자체가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전자담배가 ‘흡연 입문 통로’ = 청소년 흡연 양상도 변했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패널조사(2025)’에 따르면 고교 2학년 여학생의 현재 흡연율에서 액상형 전자담배(1.54%)가 일반 담배(1.33%)를 처음으로 앞섰다.

일반 담배 흡연율은 2020년 4.4%에서 2023년 4.2%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액상 전자담배 흡연율은 1.9%에서 3.1%로 증가했다. 흡연이 늘었다기보다 전자담배로 이동한 흐름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청소년이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하는 비율이 확인되며 이후 일반 담배로 이어지는 경향도 나타난다. 전자담배가 금연 보조 수단이 아니라 흡연 입문 경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자담배는 냄새가 적고 외형이 전자기기와 유사하다. 일부 제품은 향과 디자인을 강조해 거부감을 낮춘다. 청소년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자담배, 마약 통로로 변질 = 전자담배는 위장 유통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액상 카트리지에 마약 성분을 혼합해 일반 제품처럼 판매하는 방식이다.

경찰과 국과수에 따르면 전자담배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사례는 2022년 26종 941회에서 2025년 9월 기준 33종 1206회로 늘었다.

합성대마 압수 사례 중 68.4%가 전자담배 형태였고, 10대는 78.4%에 달했다. 청소년 마약 노출에서 전자담배 형태가 주요 통로로 활용된다는 의미다.

전자담배는 냄새와 외형만으로 성분을 구분하기 어려워 단속을 피하기 쉽다는 점에서 유통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면 유통과 결합되면서 이런 흐름은 확대되고 있다. 식료품 등으로 위장해 배송되는 사례도 확인되면서 유통 추적이 어려워졌다.

이 센터장은 “전자담배는 외형만으로 성분을 구분하기 어렵다”며 “이용 환경까지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위험 통제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는 신종마약 에토미데이트를 국내에 대량 밀반입하려 한 싱가포르인 국제마약조직 총책 등 일당 4명을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NCID)와 공조로 현지에서 검거했다. 사진은 압수한 합성마약 카트리지. 사진 국정원 제공

◆유사니코틴 확산 … 규제 피한 ‘우회 시장’ = 문제는 시장이 규제 밖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합성니코틴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일부 수요가 유사니코틴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규제 대상 제품에 부담이 커질수록 유사니코틴 등 비대상 제품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규제 도입과 동시에 대체 제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제도 효과가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사니코틴은 니코틴과 유사한 작용을 하지만 법적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무니코틴’ 등으로 표시되며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유통된다.

규제 대상 제품에는 세금과 표시 의무가 적용되는 반면, 유사니코틴 제품은 규제 부담이 낮다. 이로 인해 소비자가 규제 대상 제품에서 비대상 제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같은 전자담배 기기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되지만 규제 적용 여부에 따라 관리 수준이 달라진다. 새로운 사각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보건 분야 한 전문가는 “성분 기준 규제는 한계가 있다”며 “기기와 사용 방식까지 포함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접근 통제 없인 규제 무력화 = 지방자치단체들은 개정된 담배사업법 시행에 따라 전자담배까지 포함한 금연구역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 무인 매장과 소매점을 중심으로 청소년 판매 여부와 성인인증 장치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접근 관리 공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핵심을 ‘접근 차단’으로 본다. 제품 규제만으로는 이용 환경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성분만 규제할 경우 시장이 규제 바깥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현행 제도는 제품 기준으로 설계돼 실제 이용 단계까지 통제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무인 매장 관리 강화, 온라인 유통 점검, 성인인증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식적 인증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교육 병행 필요성도 제기된다. 청소년이 전자담배를 덜 위험한 제품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규제만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전자담배의 중독성과 청소년 유인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가 단위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전자담배 규제는 시작됐지만 청소년 노출은 여러 이유로 완전 차단되지 않았다. 접근 통로가 남아 있는 한 규제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자담배가 흡연 입문 경로로 자리 잡고, 마약 유통과 유사니코틴 확산까지 겹치면서 위험은 복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통 구조와 이용 환경까지 함께 관리하지 않으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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