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선거는 뒷전…국힘 “사퇴” “못해” 싸움에만 열중
친한계, 주말 내내 장동혁 사퇴 요구 … “지도부 사실상 붕괴”
장 대표, 이진숙 만나고 이 대통령 비판 … 대표직 수행 분주
후보-대표, 따로 입고 따로 유세하는 ‘기이한 장면’ 연출 예고
국민의힘이 37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는 뒷전이고, 장동혁 대표 거취를 둘러싼 공방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주말 내내 친한계(한동훈)와 비주류는 장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고, 장 대표는 대표직 수행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사퇴 요구를 정면돌파하려 했다. 자칫 후보와 대표가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다른 동선으로 유세를 다니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국민의힘은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친한계(한동훈) 박상수 전 대변인은 26일 SNS를 통해 장 대표의 방미 접견 인사 ‘직함 부풀리기’ 논란을 겨냥해 “초등학생 수준의 윤리의식도 보여주지 못하고 우기기만 하면서 당 대표를 어찌한다는 말인가”라며 “그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신지호 전 의원도 주말이었던 25~26일 양일간 당 지도부의 일정이 없는 점을 겨냥해 “D-39, 당 4역 일정이 연이틀 없다. 이런 일정표는 처음 본다. 당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됐다. 총사퇴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은 “당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내부 비판이 과도하다. 선을 넘었다”며 “지도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당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 당에도 선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 대표와 가까운 김민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장 대표를 비판한 언론을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은 “장동혁 때리기 도를 넘었다”며 “언론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모는 기계적 장치가 되는 순간, 언론은 감시자가 아닌 정치권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장 대표측 인사는 특정 일간지의 보도를 거론하며 “아직도 자신들을 ‘밤의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정치적 영향력이 유력 보수 유튜버에게도 미치지 못하면서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대표직 수행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으로 사퇴론을 돌파하겠다는 태세다. 장 대표는 지난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서울에서 직접 만나 대구시장 불출마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장 대표의 설득을 받아들여 25일 무소속 출마 의지를 접었다는 게 장 대표측 설명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범보수진영의 분열 위험 없이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재보궐선거에 내보낼 ‘새로운 얼굴’을 찾는데도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존재감이 부각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장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는 이재명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029년 부채 비율이 60%를 넘길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 대표는 “국제기구들이 앞 다퉈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데 정부와 청와대는 과장이라며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경제, 외교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SNS로 부동산을 겁박하고 국민을 갈라치는 데만 여념이 없다. 정신 차리길 바란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후보들 사이에서 장 대표의 사퇴 또는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장 대표가 끝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면 같은 당 후보와 지도부가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별도의 동선으로 유세를 다니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