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선거는 뒷전…국힘 “사퇴” “못해” 싸움에만 열중

2026-04-27 13:00:26 게재

친한계, 주말 내내 장동혁 사퇴 요구 … “지도부 사실상 붕괴”

장 대표, 이진숙 만나고 이 대통령 비판 … 대표직 수행 분주

후보-대표, 따로 입고 따로 유세하는 ‘기이한 장면’ 연출 예고

국민의힘이 37일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는 뒷전이고, 장동혁 대표 거취를 둘러싼 공방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주말 내내 친한계(한동훈)와 비주류는 장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고, 장 대표는 대표직 수행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사퇴 요구를 정면돌파하려 했다. 자칫 후보와 대표가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다른 동선으로 유세를 다니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장동혁 대표, 최고위 모두발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27일 국민의힘은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친한계(한동훈) 박상수 전 대변인은 26일 SNS를 통해 장 대표의 방미 접견 인사 ‘직함 부풀리기’ 논란을 겨냥해 “초등학생 수준의 윤리의식도 보여주지 못하고 우기기만 하면서 당 대표를 어찌한다는 말인가”라며 “그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신지호 전 의원도 주말이었던 25~26일 양일간 당 지도부의 일정이 없는 점을 겨냥해 “D-39, 당 4역 일정이 연이틀 없다. 이런 일정표는 처음 본다. 당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됐다. 총사퇴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은 “당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내부 비판이 과도하다. 선을 넘었다”며 “지도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당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인신공격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는 것은 우리 당에도 선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장 대표와 가까운 김민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장 대표를 비판한 언론을 겨냥했다. 김 최고위원은 “장동혁 때리기 도를 넘었다”며 “언론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모는 기계적 장치가 되는 순간, 언론은 감시자가 아닌 정치권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장 대표측 인사는 특정 일간지의 보도를 거론하며 “아직도 자신들을 ‘밤의 대통령’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정치적 영향력이 유력 보수 유튜버에게도 미치지 못하면서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대표직 수행에 더욱 열중하는 모습으로 사퇴론을 돌파하겠다는 태세다. 장 대표는 지난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서울에서 직접 만나 대구시장 불출마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장 대표의 설득을 받아들여 25일 무소속 출마 의지를 접었다는 게 장 대표측 설명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범보수진영의 분열 위험 없이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재보궐선거에 내보낼 ‘새로운 얼굴’을 찾는데도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존재감이 부각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장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에서는 이재명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029년 부채 비율이 60%를 넘길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 대표는 “국제기구들이 앞 다퉈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데 정부와 청와대는 과장이라며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경제, 외교를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SNS로 부동산을 겁박하고 국민을 갈라치는 데만 여념이 없다. 정신 차리길 바란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후보들 사이에서 장 대표의 사퇴 또는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장 대표가 끝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면 같은 당 후보와 지도부가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별도의 동선으로 유세를 다니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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