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해직 50년…헌재 판단 시험대

2026-04-27 21:01:19 게재

동아·조선 해직 사건, 재판소원…언론계 “사법부 판단 재검증 필요”

유신 체제에서 벌어진 언론인 강제 해직 사건을 다시 판단해 달라는 재판소원이 제기되면서 한국 언론사의 ‘미해결 과거’가 다시 법정에 올랐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단이 과거사 정리를 넘어 현재 언론개혁의 방향을 가를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 탄압 저지와 언론 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시국)는 27일 제60차 성명을 내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 원로 언론인들의 재판소원과 ‘자유언론의 날’ 제정 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동아투위와 조선투위는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1975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 140여명이 강제 해직된 사건이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였는지를 다시 판단해 달라는 취지다.

언시국은 해직 당시 사법부의 판단을 비판했다. 당시 대법원이 중앙정보부의 언론 탄압을 외면하고 사측의 ‘경영 악화’ 주장을 받아들여 해고를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언시국은 이를 “독재정권에 부역한 사법부의 폭거”라고 규정했다.

특히 언시국은 원로 언론인들의 시도를 “짓밟힌 언론 민주화 역사를 바로잡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분투”라며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불의가 바로잡히면 하루만 근무하고 퇴직하겠다”고 밝혔다.

언시국은 또 ‘자유언론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도 요구했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이 ‘자유언론 실천 선언’을 발표한 10월 2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언시국은 “권력에 굴종하고 기계적 중립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한국 언론에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푯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배 언론인들의 자기반성도 담겼다. 언시국은 “선배들이 쌓아온 언론자유의 성과를 지키지 못한 현실을 반성한다”며 “언론개혁의 새로운 장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소원과 기념일 제정 요구는 과거사 정리와 현재 언론개혁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 과제’로 평가된다. 법적 판단과 제도적 상징을 통해 언론자유의 기준을 다시 세우겠다는 시도다.

다만 헌법재판소 판단이 실제로 과거 사법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지, 기념일 제정이 정치권 논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제기된 ‘기계적 중립’ 반성과 개혁 요구가 맞물리면서 이번 논의는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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