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강화 한의 역할

충분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위한 혁신 필요

2026-04-28 13:00:01 게재

다학제 공동연구·진료 협력 필수, 건강 사각지대 해소해야 … “이용자 입장에서 제도 설계 추진을”

초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 지역의료 공백 심화는 우리 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치료 중심 의료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일차의료의 역할 재정립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재택의료, 만성질환 관리, 치매 예방 등 생활밀착형 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병원·의과 중심 구조에서 불충분하고 제한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을 23일 서울 강서구 한의협에서 만나 일차의료 위기의 본질과 정책 방향, 한의약의 역할 확대 필요성 중심으로 의견을 들었다. 윤 회장은 현재 일차의료의 핵심 문제를 “수요와 제도의 괴리”로 진단했다. 그는 “국민의 건강 수요는 예방과 관리, 재택 중심으로 변화했지만 제도는 여전히 병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실제 건강 수요는 예방·관리·재택·만성질환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제도는 여전히 병원 중심·직역 편중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한번 치료하고 끝나는 의료가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돌보는 일차의료가 중요해졌다. 하지만 정작 국민이 생활권 안에서 필요한 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경우 치료보다도 지속적 관리, 통증 조절, 기능 유지, 삶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 이런 수요를 포괄적으로 담아낼 체계가 우리나라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와 제도가 제공하는 의료가 어긋나 있다.

윤 회장은 “노인과 만성질환자는 치료보다 통증 조절과 기능 유지, 삶의 질 관리가 주요한데 현행 제도와 보건의료서비스는 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 장애인 등 보건의료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 제도 설계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사진 이의종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운영 중이다. 2026년 3월 기준 전체 422개 중 한의과는 111개소(약 26%) 수준이다. 133개 시군구에는 한의재택의료가 아예 없다. 한의계 지표가 낮은 이유는?

한의계의 참여 욕구는 매우 높다. 올 3월 기준 방문진료사업 시범기관은 한의과가 4810개소, 의과가 2084개소로 한의계의 현장 참여는 매우 높게 나타난다. 그런데 재택의료에는 참여가 낮게 지표가 잡히는데 이는 제도 설계와 지정 구조가 의과 중심으로 짜여 있어 나타난 결과다. 의과와 동시에 신청하면 의과 우선으로 지정하고 의과 신청이 없거나 적으면 한의과를 지정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재택의료는 급성기 처치보다도 장기요양 수급자,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와상환자에 대한 지속관리 기능이 핵심이다. 한의 진료는 이동 진료가 용이하고 통증, 기능 저하, 욕창 관리 등에서 강점을 보여 왔다. 재택의료와 매우 잘 맞는다. 국민 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정책 기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7월부터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 대한 입장은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의 방향은 맞다고 본다. 문제는 국민 중심이 아니라 특정 직역 중심으로 설계되면 반쪽짜리 혁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치의제 성격의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추진하지만 의과 중심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한의계가 강점을 가지는 만성질환 생활습관질환 노인질환 등에 강점을 가지는 한의계를 배제하고선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을 성공할 순 없다.

한의사와 의사 모두 주치의로 등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용자 욕구에 맞다. 넓은 선택권을 주고 지역 안에서 충분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양방이 협력적·통합적 구조로 가야한다. 보건소와 지역 의료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설계돼야 진짜 일차의료 혁신이 가능하다고 본다.

●국정과제에 ‘어르신 한의주치의제’추진이 포함돼 있다. 한의계가 지역사회 일차의료 영역에서 진행 가능한 역할은

초고령사회에서 치료 중심 의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고령층은 만성질환, 통증, 수면장애, 소화 문제, 낙상 위험, 인지저하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예방·관리·상담·재활을 포괄하는 생활밀착형 일차의료가 필요하다.

한의계는 먼저 다약제 복용 문제 완화와 과잉 의료 이용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어르신 한의주치의 도입 시 과잉 의료 이용 감소, 복합질병에 대한 포괄적 접근, 정신건강 및 치매 관리 등 순기능을 할 것이다. 주치의로서 만성질환, 통증, 낙상예방, 수면·소화 문제에 대해 상담 및 치료하며 개인의 건강을 돌볼 것이다.

국정과제로 채택되어있는 만큼 협회도 최선을 다해 정부와 발맞춰 안정적이고 빠르게 제도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장애인 한의주치의제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한의약의 장애인 건강관리에 강점은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의과와 치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의과가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그간 장애인과 가족들 요구가 높았다. 올 2월 정부는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하고 장애친화병원 지정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장애인 건강관리 체계를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한의를 충분히 포괄하는 모델이 미흡하다.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근골격계 통증, 기능 저하, 이동 불편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자료들에서도 장애인에겐 재활치료, 통증 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의의료는 통증 관리, 만성질환 관리, 재활 보조, 생활 속 건강관리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동과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비교적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장애인 한의주치의제는 분명히 장애인 진료 사각지대를 줄일 것이다.

●치매 증가로 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의약 기반 관리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

치매는 기억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면, 스트레스, 우울, 만성질환, 가족 돌봄 부담 등과 복합적으로 연결된 질환이다. 그래서 치매 관리도 단일 질환 치료가 아니라 조기 발견, 위험요인 관리, 지역사회 연계, 가족 지원까지 포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2024년 기준 전국 31개 지자체가 한의약 치매예방관리사업을 추진했으며 서울과 부산, 용인에서 시행된 사업에서는 K-CIST, MoCA, GDSSF-K, GDeps 등 주요 지표에서 시행 전후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조기 개입을 통해 치매 유병률 감소와 증상 완화를 도모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한의약 기반 치매관리는 지역 한의원을 치매안심 협력기관으로 지정하고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조기검진, 인지기능 상담, 수면·스트레스·만성질환 관리까지 함께 가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건강관리 및 의료서비스는 충분히 이뤄져야 그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다. 국민건강 충분성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보면 의료개혁이나 의료혁신 논의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우리나라 의료개혁 논의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협력의료보다 직역 간 경계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만성질환 증가, 지역의료 공백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어느 한 직역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당장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배제의 논리가 아니라 역할 분담과 연계 접근이다.

만성질환자 노인 장애인 치매 고위험군은 생활습관 관리, 통증 조절, 기능 유지, 예방, 재활이 모두 필요하다. 한의사와 의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히 연계하는 구조가 훨씬 합리적이다. 제도 안에서 협력을 구조화해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의료혁신 논의는 “누가 하느냐”에 머무르지 말고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주느냐”로 나아가야 한다. 공동 연구와 진료 협력은 이제 필수다. 그래야 지역사회 건강관리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최근 한의계 지방선거기획단이 출범했다. 한의협의 이번 지방선거 목표는 무엇인가.

지역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정책을 지방정부 공약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바로 실행 가능한 한의의료와 관련된 정책들을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전달하고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목표는 △한의약을 지역 일차의료의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매김 △지자체가 초고령화·만성질환·돌봄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의약을 적극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 △거주 지역에서 쉽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권 중심 보건의료정책을 공약화하는 것이다. 그에 걸맞는 정책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16개 시도지부 및 분회와 함께 추진할 것이다.

윤 회장은 국민의 의료선택권 확대와 지역사회 건강안전망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선정된 △어르신 한의주치의 △장애인 한의사 주치의제 △한의 방문진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한의가 공공의료와 지역사회에서 국민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일차의료 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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