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의료공백 대처 ‘주먹구구’

2026-04-28 13:00:01 게재

군의관 등 대체인력 부족한데 일부 기관에 초과 배정

교원·시설·카데바 확보 미흡 …교육여건 준비도 부실

윤석열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결정뿐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한 의료 공백에 대한 대처도 부실했다는 감사결과가 나왔다.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할 교원과 교육시설, 카데바(실습용 시신) 확보도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2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4년 2월 의대 정원 증원 발표에 반발해 전공의 등이 집단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등 대체인력을 파견했다. 하지만 배정 기준 마련 없이 대체인력이 제출한 근무 희망 지역이나 병원을 우선 반영하면서 대체인력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견 가능한 대체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필요 인력을 모두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초과 인력을 배정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파견된 군의관을 표본 점검한 결과 내과 등 7개 과목에서 650개 의료기관은 필요 인원보다 1166명이 부족하게 배치된 반면, 146개 기관에는 161명이 초과 배치됐다. 전체 파견 인원도 338개 의료기관에서는 필요 인력보다 1713명 적게 배치됐지만 43개 의료기관에는 필요 인원보다 79명 더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윤석열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추진하자 이에 반발한 전공의 등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이에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에 따라 감사를 진행해 지난해 11월 증원 규모 2000명은 근거가 부족하고 대학별 배정 과정도 부실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감사원이 이번에 공개한 감사 결과는 의료공백 대책과 교육여건 준비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사원은 상급종합병원 회송료에 대한 심사체계가 부실해 기준에 맞지 않게 지급된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사례를 확인하고 보건복지부에 개선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복지부는 의료공백 대응의 일환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응급 환자 진료 여력 확보를 위해 회송료 수가를 30~50% 가산지급하기로 하고 중증·급성기 치료가 종료됐으나 지속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회송료 지급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감사원 표본점검 결과 상급종합병원이 회송한 환자가 병·의원 진료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거나 상급종합병원이 항암치료를 계속하면서 소독 등 단순 진료를 위해 환자를 반복 회송하고 회송료를 받는 등 기준에 맞지 않게 회송료가 지급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3662건(3억1173만원)이 확인됐다.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기 위한 여건 준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2025년 2월 기준 대규모 증원이 이뤄진 30개 의대 중 18곳은 계획한 전임교원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족 인원은 적게는 1명(제주대)에서 많게는 92명(순천향대)에 달했다

2024년 3월~2025년 2월 30개 의대 전임교원 채용률은 평균 59%에 그쳤고 특히 비수도권 의대의 채용률은 더 낮았다. 수도권 사립대는 68%인 반면 비수도권 국립대는 38%, 비수도권 사립대는 34%에 불과했다.

시설투자도 비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의대 증원에 따른 국립대 건물 신축 예산이 실제 수요 고려 없이 증원 인원에 비례해 일률 배정되면서 일부 대학은 실습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반면 다른 대학은 배정 예산에 맞춰 계획에 없던 사업을 추가한 사례가 확인됐다.

카데바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정원이 늘어난 32개 의대의 카데바 1구당 실습 학생 수는 증원 전 7.79명에서 8.12명으로 늘었다. 카데바 1구당 학생 수가 50% 이상 증가한 의대도 5곳이나 됐다. 또 3개 의대는 2030년 내 보유 카데바가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보건의료재난시 합리적인 대체 인력 배정기준 마련과 회송료 심사 개선 방안 마련 등을 통보했다. 또 교육여건 확보대책 추진에 참고하도록 교육부와 복지부에 점검결과를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교육부의 의대생 휴학처리 금지 방침과 의학교육평가원 감독 등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점검했으나 위법·부당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