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도 합의도 없는 ‘교착의 늪’

2026-04-29 13:00:06 게재

트럼프, 돌파구 안보여 고심

이란, 혁명수비대 중심 체제로

미국과 이란의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쟁도 평화도 아닌 장기 교착 국면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은 경제·해상 봉쇄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고, 이란은 핵심 요구를 거부한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고민도 커지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전쟁도, 합의도 없는 현 상태는 대통령에게 정치적·경제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확전도 부담이고 성과 없는 장기 대치 역시 치명적이라는 의미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두 갈래 선택지가 거론된다. 추가 군사공격으로 이란을 더 압박할 것인지 아니면 ‘최대 압박’ 제재 효과를 기다리며 협상 재개를 모색할 것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참모에게 “이란 지도부에 통하는 것은 오직 폭탄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그는 군사개입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대표적 대이란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전 육군 대장 잭 킨 등과도 접촉하며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제한적 군사행동을 통해 현재의 교착을 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이란이 우리에게 자신들이 ‘붕괴 상태’라고 알려왔다”고 주장했지만 발언의 근거와 전달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실제 테헤란은 미국에 새로운 중간 합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항만 봉쇄 해제를 먼저 맞바꾸고, 핵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넘기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핵 프로그램 제한이 모든 합의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접점은 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의 레드라인은 매우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란 내부 권력 구조 변화도 변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동안 이란은 기존 성직자 중심 체제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중심의 전시 권력 구조로 이동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후계자로 거론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역할은 상징적 승인 수준에 가깝고, 실질 결정은 혁명수비대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주도한다는 분석이다.

이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외교적 타협보다 안보 논리가 우선하는 구조에서는 양보 자체가 체제 약화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미국 협상가 아론 데이비드 밀러는 “신의 권력에서 물리적 권력으로 이동했다”며 “성직자의 시대에서 안보기관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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