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기소’ 국정조사 ‘후폭풍’ 예고
정성호 “인권침해 바로잡고 책임 묻겠다”
감사원 ‘국조 후속조치 태스크포스’ 가동
김성태 “목표 정해져 있지 않았나 생각”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종합 청문회를 끝으로 조사절차가 마무리됐지만 파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청문회에서 사건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검찰과 감사원 등 관련 기관들이 후속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9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조 과정에서 드러난 지난 정권의 권력 남용과 수사 행태들만으로도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과 그 의도를 의심하고 분노하기에 충분했다”며 “검찰의 잘못된 인권침해 수사와 관행을 어떻게 바로잡고 어떠한 책임을 물을지 깊이 숙고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해 보다 심각한 반성과 성찰,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과거의 잘못을 확실히 바로잡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치 시스템을 만들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전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종합 청문회에서도 “검찰 수사과정에 적절하지 못하거나 부당했다는 충분한 의혹이 있었다”며 “서울고검이 조사하고 있지만 물리적 한계도 있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 기관보고와 현장조사, 네 차례 청문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정권을 겨냥한 윤석열정부 검찰의 표적 수사와 증거 조작 등의 정황이 드러났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장동 분양가 자료를 기존 14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변경하고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재창이형’을 ‘실장님’으로 뒤바꾼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검사가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에게 자녀 사진을 보여주고 “배를 갈라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고 말한 사실, 2박 3일간 불법적으로 구치감에 감금한 정황도 드러났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는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압박·회유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국정원 자료를 선별적으로 압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중요 물증인 ‘김태균 회의록’이 조작된 정황도 드러났다. 회의록에는 대북송금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김씨는 이 문건을 일본과 미국, 마카오 등지의 호텔 공용 컴퓨터에서 작성했다고 했지만 해당 호텔에는 비즈니스센터나 한글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컴퓨터가 없었다.
검찰이 쌍방울의 주가조작 혐의를 금융감독원에 조사해달라고 해놓고 정작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넘겨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주가조작 사건을 볼모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심을 키우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보도 사건에서는 봉지욱 전 뉴스타파 기자와 부산저축은행 대출브로커 조우형씨가 통화한 적이 없는데도 조씨와 제3자의 통화를 봉 기자와의 통화인 것처럼 녹취록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에서는 검찰 뿐 아니라 감사원과 국정원이 공조해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벌인 정황이 확인됐다.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국토교통부 직원들은 감사원이 출산한 지 넉 달밖에 안된 직원을 수차례 불러 밤샘조사하고 감사관이 술을 마시고 진술 내용을 조롱하는 등 강압 감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공무원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핵심 부분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맥락을 뒤바꿔 증거로 제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장관은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증거 조작 정황들에 대해 “감찰 정도로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직권남용 직무유기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감사원 역시 적극적인 후속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정상우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피감사자들의) 많은 억울함 소명이 있었다”며 “원장 방침에 따라 30여명 규모로 국정조사 후속조치TF를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종합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이 대통령과의 공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기서 실명을 거론하기는 그렇고 ‘그분’에 대한 건 제가 본 적도 없고 대가를 받은 것도 없고 상대를 안했다”며 “(법정에서도) 공범을 부인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검찰 수사의 타깃이 이 대통령이었느냐는 질의에 “저나 배상윤 KH그룹 회장을 잡으려고 그 많은 검사가 투입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금융 사건임에도 중앙지검이나 남부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에서 몰아서 수사한 것을 보면 목표는 정해져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연어 술파티 회유’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된 5월 17일에 술을 안 먹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대북송금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검찰이 쌍방울 주가조작 혐의를 봐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근거로 주가조작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저를 죽이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구속한 검사들이 봐줬겠느냐”고 반박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