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시속 380㎞ 왜 못 줄였나’
유족측 “초고속 동체착륙 참사 1차 원인 … 보잉737 결함 의혹”
유해 재수색서 1000점 이상 발견 … 원인 규명·수습 병행 기조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들이 사고 당시 ‘초고속 동체착륙’이 발생했다며 기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가족 단체 ‘총체적 부실에 대한 특별법 개정 및 국가위로금 추진 결사’(총특위추)는 28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고속 동체착륙이 참사의 1차 원인으로 보인다”며 보잉사에 대한 책임 규명과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날 유족들은 사고 항공기가 정상보다 약 1.5배 빠른 시속 380㎞로 착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착륙 속도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감속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착륙이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항공기는 시속 약 280㎞ 상태로 활주로 구조물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이 제기한 쟁점은 ‘속도를 왜 줄이지 못했는가’이다. 유족측은 항공기가 추력조절상실(LOTC·Loss of Thrust Control) 상태에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경우 조종사가 추력 레버를 조작하더라도 속도 제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다.
비상 안전장치와 관련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유족측은 사고 기종인 보잉737에 비상풍력발전기(RAT·Ram Air Turbine)가 장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RAT는 엔진 정지 등 비상 상황에서 전기와 유압을 공급해 최소한의 조종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다.
김윤미 총특위추 대표는 “다른 항공기는 엔진이 멈추면 RAT가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해당 기종의 장치 구성과 설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체 결함 여부를 포함해 전반적인 원인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국무조정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자료와 국정조사 공개 내용, 비행기록장치(FDR) 분석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속도 제어 실패 원인에 대한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측도 “제조사에 대한 조사와 항공기 상태에 대한 검증이 충분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조사기관의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기체 결함 여부와 책임 소재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될 전망이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희생자 유해를 찾기 위한 재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와 담장 일대에서 유해 추정 물품 150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 등은 지난 13일부터 보름 동안 재수색을 진행해 유해 추정 물품 총 1094점을 수습했다. 발견된 유해는 유전자 감식을 거쳐 유가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재수색은 민·관·군·경 합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 과학수사대 등 100명, 군 유해발굴감식단 등 100명, 소방 20명, 사조위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및 유가족 등 30명이 참여해 하루 약 250명이 투입된다.
수색은 수풀 제거 후 토양을 파내 체로 걸러 유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작업 구역이 끝날 때마다 유가족이 확인 절차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수색 구역은 로컬라이저 둔덕 주변과 갈대숲, 진입등 설치 지역, 배수구 집수정 등이다. 당국은 다음 달 29일까지 재수색을 이어갈 계획이며, 상황에 따라 기간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유가족협의회는 “원인 규명과 수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조사 확대와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