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한달 전, 아직 대진표도 못 짰다
선거구획정, 선거 35일 전에야 국무회의 통과
거대 양당 ‘후보 늦게 내기' 담합 … 검증 기피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의 사전투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대진표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기초의원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한 광역의회도 있다. 국민의힘은 아직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놓지 않았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은 다음 달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힘겨루기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데다, 거대 양당이 검증 기간이 길어지는 ‘빠른 공천’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대 양당 독과점 구조가 만든 부작용이라는 평가다.
29일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광역단체장 후보를 먼저 공천하고 재보궐선거 후보를 정한다는 원칙으로 공천을 진행했고,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은 다음 달 7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선과 재보궐선거 후보를) 빨리 공천하게 되면 상대 당의 공격과 함께 유권자나 언론의 검증기간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간 대결 구도인 만큼 상대 당보다 빠르게 후보를 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암묵적인 ‘후보 늦게 내기’ 담합인 셈이다.
‘늦은 공천’은 관행화된 ‘지각 선거구 획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올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구 획정은 지난 18일에 확정됐지만 미비점이 발견돼 28일에 수정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고,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선거 35일 전이고, 다음 달 29일과 30일에 치르는 사전투표일 30일 전이다. 이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도입된 1995년(1회) 이후 2회 선거에 이어 두 번째로 늦은 선거구 획정이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선거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3일이다. 법을 준수해 선거구가 정해지면 출마 예비 후보들이 정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정당들도 후보 공천 일정을 앞당기겠지만, 거대 양당은 ‘늦은 선거구 획정’을 선택했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경기도지사 후보를 뽑는 경선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일 최종 후보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도 끝나지 않았다. 전날 서울 대전 전북 충북 충남 경남 등 광역의회가 무더기로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조례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경기도와 인천은 확정되지 않았다.
14개 지역 재보궐선거 대진표 역시 늦으면 다음 달 중순께 가야 모두 채워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날까지 경기도 지역 공천을 마무리하고, 이날에는 부산 북구갑과 충남 아산을 지역구에 내보낼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과 전은수 전 청와대 대변인 영입 행사를 가졌다. 호남(전북 군산·김제·부안갑, 전북 군산·김제·부안을, 광주 광산을), 충남 공주·부여·청양, 대구 달성군 등 5개 지역 후보는 다음 주까지 물색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충남 아산을(김민경), 경기 안산갑(김석훈),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오지성), 경기 평택을(유의동) 등 4곳의 단수 공천을 확정했고, 인천 계양을은 추가 공모를 진행 중이다. 현역 의원들의 단체장 출마로 공석이 된 나머지 9곳은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뒤늦은 선거구 획정과 공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국민의힘 소속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 선거구 획정 지연을 지적하며 “대표를 제대로 알고 뽑아야 하는 주권자들의 권리, 주민의 대표가 되어 일하겠다는 후보자들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는 “공직선거법상 광역의원 선거구 획정 권한을 쥔 국회가 밥그릇 계산으로 인해 획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예비 후보자와 유권자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