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선거구 쪼개기, 막을 장치 없다
대구·경북 의회, 국민의힘 주도로 쪼개기 관행
임미애 “선거구 쪼개기 불가, 법안 담지 못해”
국회가 확정한 선거구획정에도 불구하고 광역의회에서 ‘기초의원 선거구 쪼개기’에 나설 경우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회와 선관위는 광역의회에 ‘국회의 선거구획정을 준수할 것’을 요청할 뿐이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자치구·시·군의원지역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시·도의회의 경우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과 다르게 축소·변경해 의결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27일까지 조례안을 의결한 4개 시·도의회 중 2곳에서 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과 다르게 축소·변경한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경고성 공개발언이다.
선거구 쪼개기는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만들어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을 지원하기 위한 ‘중대선거구제 확대’를 무력화하는 행위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시 의회는 지난 24일 중대선거구제 시범도입 지역을 제외한 4인 선거구 7곳을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는 안을 통과시켰다. 경북도 의회는 획정위에서 2인에서 3인으로 늘린 선거구 3곳을 다시 2인으로 쪼갰다. 그 결과 포항시 선거구가 2인 선거구 4개에서 7개로 늘고, 3인 선거구는 7개에서 5개로 줄었다. 두 의회 모두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 의석을 갖고 있으며 이같은 ‘선거구 쪼개기’를 주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4조의3(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제6항에 따르면 ‘시·도의회가 조례를 개정하는 때에는 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개정된 공직선거법 부대의견엔 ‘시·도의회는 선거구획정안의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는 규정도 실효성이 제한적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은 “선거구 쪼개기 자체를 애초에 차단하려고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과 합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개특위 위원인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정개특위에서 “2022년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의회는 18곳인 2인 선거구를 39곳으로 늘렸고 대구시의회의 경우는 6곳이었던 2인 선거구를 18곳으로 늘렸다”며 “이번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부칙으로 22년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으로 선거를 치른 곳은 인위적으로 선거구를 쪼개지 못하도록 부칙에 달아줄 것을 요구했는데 법안에는 담기지 못했고 부대의견으로 담겼다”고 했다.
선관위는 “공정한 획정을 위하여 학계·법조계·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획정위원회가 논의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마련한 지방선거의 선거구획정안을 시·도의회가 특별한 사정없이 축소·변경하는 것은 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존중하고 적극 반영하라는 법률의 입법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며 “이와 같은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획정위원회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선거구획정안의 기속력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