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퇴임 후도 이사직 잔류 선언
트럼프 연준 장악에 걸림돌
베센트 “모든 연준 관행 위반”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의장 임기가 끝난 뒤에도 일정 기간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조용히 소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 남아 있다. 이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새 공석을 만들어 후임 인사를 채울 기회를 줄이는 결과가 된다.
잔류를 결심한 데는 연준을 겨냥한 소송과 법적 압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을 상대로 한 법적 공격들이 연준이 정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흔들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말로 연준을 압박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의혹 관련 법무부 수사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완전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며, 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법무부로부터 수사 종결을 통보받았다며 “앞으로의 절차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스스로 제도주의자이며 연준 규범을 중시한다고 말해온 사람이 하기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모든 연준 관행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월 의장은 그림자 의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런 역할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 평범한 이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제 떠날지에 대해서는 “적절하다고 생각될 때 떠날 것”이라고 했다. 연준 독립성에 대해서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앞으로도 정치적 고려가 아닌 엄밀한 분석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이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만 했다”고 밝혔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기조를 재확인했다. 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수년째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에 앞서 가격 상승세 둔화와 관세 관련 불확실성 해소를 먼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유럽·아시아보다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할 경우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소비자 지출이 견조하고 기업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며 “꽤 회복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규 일자리 증가가 제한적인 점을 들어 “이례적이고 불편한 균형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날 상원 인준안이 통과된 케빈 워시 차기 의장 지명자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연준 독립성을 매우 강력하게 증언했다. 그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