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법 개정 ‘처방 허용’ 공방 격화

“통합돌봄서비스 활성화 위해 협력해야”

2026-04-30 13:00:05 게재

의협 “책임 붕괴·면허체계 훼손” … 의료기사단체 “돌봄 사각지대 해소”

의료기사 업무 범위를 규정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작업이 갈등을 겪고 있다.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 하에서만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지도 또는 처방’으로 변경할 것인지 여부가 논쟁의 핵심 내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과 책임체계 붕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 단체는 초고령사회에서 방문재활과 통합돌봄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국가·지자체의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할 때다.

30일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의료기사단체 등에 따르면 현행법은 의료기사가 의사의 직접적 관리·감독을 전제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의사의 ‘처방’만으로도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해 의사가 업무 현장에 없더라도 방문 재활 등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런 변화는 지역사회 방문진료 재택의료 확대와 직결된다. 고령자 장애인 등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를 ‘의료체계 재편’ 수준의 변화로 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을 “국민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법안”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최근 기자회견문에서 “의사의 지도 없이 처방만으로 의료기사가 업무를 수행할 경우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즉각 대응이 어렵고 책임 구조가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협은 사법부 판단을 근거로 들며 의료기사의 독자적 의료행위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한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역시 의료기사 업무를 의사의 지도 하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개정이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라는 입장이다. 처방 기반 업무가 확대될 경우 의료기사의 사실상 독립적 활동이 가능해지고 이는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불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통합돌봄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도 “현행 ‘지도’ 체계 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법 개정의 시급성을 부정하고 있다.

반면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등 의료기사 단체는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개정안을 “수요자 중심 민생법안”으로 규정하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특히 현행 ‘지도’ 체계가 병원 밖 의료서비스 제공을 사실상 제한해 의료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리치료사협회는 “병원 방문이 어려운 고령자와 중증 장애인을 위해서는 ‘처방’ 기반 방문재활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개정이 “이미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물리치료사협회는 지난 6년간 전국 229개 지자체에서 시행된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근거로 제시하며 방문 재활의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됐다고 강조한다. 책임 구조에 대해서도 개정안의 ‘처방-기록-수행’ 체계가 오히려 의사와 의료기사 간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환자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찬반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절충점을 찾으려는 모양새다. 제도 공백 해소와 통합돌봄 정책 추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처방 범위 제한 △대면진료 전제 △유효기간 설정 등 안전장치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 복지위 한 관계자는 “노인 장애인 통합돌봄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재활 등 방문서비스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이를 위해 관련 직종들의 합리적인 논의와 협력을 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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