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대신 ‘이해’를…학교상담법 제정 필요”

2026-04-30 13:00:14 게재

학교상담 국회정책 토론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

현재 학교상담이 문제 학생 관리를 위한 ‘사후 통제’에 머무르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보편적 교육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9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제1회 학교상담 국회정책 토론회’에서는 현행 학교상담 시스템의 한계를 비판하고 독립된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29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로 ‘제1회 학교상담 국회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박소원 기자

◆ “상담의 의료화 경계해야” =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현행 학교상담이 학생을 이해하기보다 분류하고 낙인찍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발제자로 나선 황상민 WPI 심리상담코칭센터 대표는 현행 정서행동특성검사가 학생을 고장 난 존재로 판단하고 색출해내는 ‘진단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대표는 “검사를 통해 학생을 정신병 환자로 만들고 정신병원으로 연계해서 이송시키는 흐름이 상담의 중심 업무처럼 작동하고 있다”면서 “원래 상담은 학생이 어떤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떤 기준과 믿음으로 자기 삶을 버티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정 아픔해방의원 원장 역시 “지금 학교는 아이를 이해하는 언어보다 판정하는 언어를 더 빨리 배우고 있다”며 “힘든 아이는 ADHD가 되고, 불안한 아이는 불안장애가 되고, 학교에서 견디기 어려운 아이는 빠르게 치료의 대상이 되지만, 정작 약물과 진단명만으로 아이의 삶이 풀리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위기 대응에 그친 상담…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해야 = 현행 학교상담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사건 사고 처리를 위한 행정 체계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발제를 맡은 오인수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학교상담은 지난 20년간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모형이 없어 학교상담의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면서 “또 상담이 학교폭력이나 자살 등 사건이 터지면 대응하는 ‘위기 대응 서비스’로 축소되면서 본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오 교수는 “학교상담은 문제가 있는 학생 등 소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품을 수 있는 포괄적인 서비스가 돼야 한다”면서 “사후 대응이 아닌 예방 중심의 인프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화정 부산산업학교 교사는 “현재 학교상담은 ‘예방상담’이 아닌 ‘위기상담’으로 수렴하고 있고, 위기상담은 외부기관 연계 실적을 성과지표로 삼는 등 행정화돼 있다”면서 “상담교사가 외부 연계 담당자가 아닌 교내 상담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성 명시한 학교상담법 제정 시급” = 참석자들은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학교상담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중등교육법, 학교폭력예방법, 아동복지법 등에 산재한 근거를 통합해 독립법을 마련하고, 상담교사의 직무를 상담 및 치유 중심으로 명확히 규정해 행정 잡무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충수 경남교사노조 위원장은 “영양·사서교사와 달리 독립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상담교사들이 행정 업무나 잡무에 동원되며 정작 학생과 마주할 시간을 뺏기고 있다”며 “현행 ‘선별적 개입’의 상담에서 ‘보편적 교육 서비스’로 확대된 개념을 담은 학교상담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성호 토끼풀 편집장은 “위(Wee)클래스(학교상담실)를 찾는다는 사실 자체가 학생들에게 낙인효과를 주며 자기검열을 하게 만들어 방문을 꺼리게 만든다”며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강경숙 의원은 “심리치료적 접근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편적·선별적·지시적 개입이 통합된 한국형 학교상담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오늘 논의된 제안들을 경청해, 법안 제정은 물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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