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이익 SK, 하청업체 공사비 떼먹어”
국회 을지로위원회 ‘해외공사 불공정행위 토론회’
하청사 “산재은폐에 공사비 전가” … SK “협의 중”
임미애 의원 “대기업 윤리 실종” … 참석자 “법 개정”
여수에서 전력설비업체 S사를 경영하는 정 모 대표는 지난 3년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SK 계열 플랜트 건설회사인 SK에코엔지니어링(SKEE)으로부터 공사 대금 200여억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SK그룹이 수십조원의 이익이 났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면서 “그룹의 화려한 실적 뒤에 중소 하청업체들의 피눈물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조 이익이 나는 SK가 하청업체 공사비 떼 먹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S사는 2023년 SK온의 ‘헝가리 이반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하도급 공사를 했는데, 그해 1월 하청업체 직원의 사망사고로 공사가 지연되는 등 현지 사정으로 추가 공사를 진행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당시 SK측은 준공기일을 맞추기 위해 철야 작업 등을 요구했고 이를 수행했지만, 준공 이후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추가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 과정에서 SK측이 산재사고를 개인의 실수로 돌리는 등 사고현장 조작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최태원 회장 등 그룹 고위층에 수없이 탄원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대기업이 무서워 말을 못 하고 있는, 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추가 공사비 산정과 관련해 협의를 해왔지만 액수 차이가 크다”며 “산재 은폐는 없었다”고 밝혔다. SK측은 최근 국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요청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에 있는 공장 설비업체인 J사 역시 SK 폴란드 배터리 공장에서 하도급 공사를 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했다. J사에 따르면 추가 공사와 설계 변경이 반복돼 공사비가 늘어났지만 SK측은 200여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J사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해외 플랜트 법인을 국내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며 심사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J사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고 그 사이 중소기업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위원장 민병덕)는 30일 국회에서 ‘해외공사 하도급 대금 미지급 불공정 행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민병덕 의원은 인사말에서 “빚더미에 오른 중소기업에 돌아오는 답은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는 통보뿐”이라며 “해외 관할권이나 외국 법을 내세워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임미애 의원은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중소 협력업체들이 있다”며 “사고 은폐와 증거 조작 의혹까지 제기되는 현실은 대기업의 윤리 의식 문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종채 하도급법학회 회장은 “대기업이나 하청업체가 해외법인을 설립해 공사를 진행할 경우 국내 하도급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공정위는 실질 내용을 기준으로 법을 적용해야 하고 관련 법과 지침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해외건설 진출업체는 323개사이며 이 가운데 하청사는 138개(40.2%)다. 수주액은 473억달러로 전년 대비 27.4% 증가했다. 홍 실장은 “해외공사 불공정행위는 하도급대금 지급 유보금 설정, 수급사업자의 일방적 계약이행보증서 제출 요구, 현지법인 설립 강요, 계약 변경 시 대금 조정 불가 특약 등 다양하다”며 “하도급법 개정과 해외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를 통해 불공정행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