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선거 문자에 ‘사진·영상금지’ 헌법불합치
헌재 “과도한 제한” … 12월 31일까지 개정
조합장 선거 운동에서 문자메시지에 사진·영상 등을 첨부하지 못하도록 한 위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29일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제28조 제2호’에 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개정 전 옛 법 조항은 적용을 즉시 중지하고, 현행법 조항에 대해서는 오는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국회가 개선 입법을 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2019년 농협 조합장으로 당선된 A씨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얼굴·약력·기호가 새겨진 선거공보를 문자메시지에 첨부해 전송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2023년 당선된 수협 조합장 B씨 역시 사진 등이 포함된 메시지를 전송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가 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법 제28조 2호는 조합장 선거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허용하면서도 사진·영상 등이 포함된 ‘멀티메시지’는 금지하고 있다. 멀티메시지가 일반 문자에 비해 비싼 만큼 후보자들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공평한 선거운동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이 같은 제한이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또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공정과 선거 과열을 방지하려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멀티메시지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은 과도하다고 봤다.
헌재는 “조합장 선거의 선거운동 기간은 13일로 길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정보를 단시간에 전달할 수 있는 멀티메시지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결사·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등 비방죄 등 기존 규정으로 충분히 선거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그밖에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성·영상 선거운동이 이미 허용되고 있고, 전송 횟수 제한 등 덜 침해적인 대안이 존재한다는 점도 결정 이유로 들었다.
다만 헌재는 “단순 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멀티메시지를 이용한 조합장 선거의 선거운동을 전혀 규제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위헌성을 제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멀티메시지 전송 횟수·방법 제한 등 입법자 재량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반대 의견(합헌)을 낸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지역 내 거주하는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합장 선거에서 선거운동 방법을 무제한 허용할 경우 선거의 조기 과열·혼탁, 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기회 불균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