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14곳 확대…민주 ‘압승 자만론’ 차단 나서
지방선거 변수 커져 … “전국선거 힘들어져”
부동산·특검 등 한강벨트·영남 여론 영향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14곳으로 확정됐다. 6.3 지방선거와 맞물려 변동성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자만 경계령’을 내리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등 정책 이슈를 키워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론을 키우려는 국민의힘의 공세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30일 국회와 여야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8명과 국민의힘 의원 1명이 29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경기 하남갑)·박찬대(인천 연수갑)·위성곤(제주 서귀포)·전재수(부산 북갑)·민형배(광주 광산을)·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이원택(전북 군산·김제·부안을)·김상욱(울산 남갑) 의원 등이 사퇴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앞서 확정된 5곳을 포함해 14곳에서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진다. 송영길·이광재·조 국·한동훈 등 유력 인사들이 뛰어들면서 ‘미니 총선급’으로 규모가 커졌다. 특히 14곳 재보선 지역 가운데 13곳이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당선된 지역으로, 민주당이 수성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 성격인 지방선거와는 정반대 구도로 여야 공방이 치열한 것은 물론 특정 선거구 결과나 변수가 전체 선거 판도를 흔들 가능성이 크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9일 최고위에서 6.3 지방선거와 재보선과 관련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만한 언행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면서 “당 대표인 저부터 겸손한 자세로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민주당 내에 압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한 내부단속 성격으로 풀이된다.
광역단체장 등 지방선거는 공세를 취하는 입장이지만 국회의원 재보선은 13석이 기존 민주당 의석인 상황에서 일부 의석을 뺏길 경우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전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최근 여론조사 동향을 공유하며 ‘자만 경계령’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지지율이 안정된 상황이라지만 2018년 지방선거 때 국정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높았고, 최근 부산·울산·경남에서 여야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게 당 지도부의 인식이다. 특히 지방선거와 재보선의 판세를 좌우할 수도권과 영남권의 보수 결집 가능성이 민주당이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특히 안심할 수 없다”면서 “최근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밑바닥에는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과 견제심리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한 대구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 ‘영남이 변했다’ ‘민주당이 이긴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선거를 망치는 일”이라며 “작은 언행 하나가 전국선거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공세도 해당 지역의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특히 서울 한강벨트를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심리와 영남권 보수층을 자극하는 ‘정부여당 견제론’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이 5월초 처리 방침인 조작기소 특검과 관련해서도 여당의 일방적 처리에 대한 민심의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보수결집의 명분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부동산 민심을 자극하기 위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6.3 지방선거가 끝난 뒤 국민이 마주하게 될 현실은 세금 폭탄”이라며 이재명정부의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 방침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국민의힘은 29일 부동산·일자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4대 민생공약을 발표하며, 이재명정부 실정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 주택시장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9일 정원오 민주당 후보를 향해 “박원순 시장이 들어와서 재개발·재건축을 다 해제한 것부터 반성문 쓰고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정 후보가 이날 정비사업 기간 단축을 골자로 한 ‘착착 개발’ 공약을 발표하자 그동안 쟁점화해온 부동산 현안을 고리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인 것이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구 한 의원은 “장특공 같은 경우 대통령과 여론 사이에서 당이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한강벨트나 수도권에선 부동산 커뮤니티가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긴장하면서 여론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환·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