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도서’ 대응방안 논의하는 ‘긴급 포럼’ 성료

2026-04-30 14:23:03 게재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출판인회의는 29일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에서 개최한 ‘인공지능(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 긴급 포럼이 성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단 몇 번의 클릭으로 완성되는 이른바 ‘딸깍 도서’가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현 상황을 진단하고, 출판, 작가, 서점, 도서관 등 생태계 전반의 거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포럼을 준비한 홍영완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공지능이 글을 쓰는 낯선 시대에도 글을 마치고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가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며, “출판계가 선제적으로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인간 창작의 가치를 지키고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룰’을 정하겠다”고 포럼의 취지를 밝혔다.

기조발제를 맡은 박정인 덕성여대 AI DynaInfo 연구소 교수는 “이제 출판 산업의 주요 경쟁자는 더 이상 동일한 산업 내부에 있지 않다”며 “인공지능 플랫폼과 데이터 기업이 출판 산업의 핵심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출판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경고했다. 박 교수는 출판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출판 산업을 콘텐츠 제작업이 아닌 ‘신뢰 인프라 산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한국출판인회의 AI미래전략위원장)는 출판물을 인간 저자의 저작물, 인간 저자의 통제와 검증이 이뤄진 AI 생성 저작물, 인간의 충분한 통제 없이 AI에 의해 생성된 저작물(딸깍 도서) 등 3단계로 구분하는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류영호 교보문고 부장은 “플랫폼은 더 이상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라, 무엇에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신뢰 설계의 주체”라며 서점 역시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별하는 공공적 큐레이션 인프라로 진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주옥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정보관리부장은 무분별한 AI 생성물의 대량 납본 신청으로 인한 국가 지식자료 관리 체계의 과부하와 재정적 손실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박 부장은 “현행 납본 체계를 보존과 이용서비스로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며, 보존용 온라인 자료는 무상(1부) 납본으로 전환하고 이용자 서비스용 자료는 선별 구매 모델로 재편할 것을 제도적 대안으로 촉구했다.

김선아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급격한 AI 기술 발전으로 출판 생태계가 겪고 있는 혼란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포럼에서 제안된 여러 정책적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인간 창작의 가치를 보호하고 공정한 유통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올 한해 AI 환경 속 출판의 생존과 위기 극복을 위한 다각적인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선 ‘AI 기술이 출판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제도적 개선 방안 연구’의 결과를 오는 8월경 도출한다.

현장 중심의 교육과 글로벌 연대도 강화한다. 한국출판인회의 부설 교육기관인 서울북인스티튜트(SBI)는 7월부터 AI 특강을 개설하여 출판사가 갖춰야 할 혁신 역량과 종사자들의 미래 비전을 모색한다. 또한 매년 개최해온 ‘아시아 출판 주간’을 올해는 전세계로 대상을 확대하여 ‘AI 시대의 출판,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가칭)’라는 주제 아래 글로벌 출판인들의 지혜를 모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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