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위장 사업장 14만4천곳에 달해”
무늬만 프리랜서·사업장 쪼개기, 미용·애견·건설 등 전업종으로 확산 … “일부 노무법인 조장 부추켜, 위장방지법 제정해야”
“미용실 인턴으로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일했지만 노무 관련 문의를 하자 돌아온 건 해고였습니다.”
충남 천안의 한 헤어샵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A씨의 이야기다. A씨가 근무한 헤어샵은 지점이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직원들이 교차 근무하고 동일한 관리체계 아래 운영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이었다. 근로기준법 일부 적용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사업장 쪼개기’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과 정의당 비상구, 플랫폼노동희망찾기 등은 3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6차 집단 공동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 쪼개기 사례 11곳에 대한 진정과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노동자를 ‘무늬만 프리랜서’로 위장해 최저임금 주휴수당 연차휴가 가산수당 퇴직금 등 기본적인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는 구조가 만연하다”며 “사업장 쪼개기를 통해 근로기준법 핵심 조항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같이 실제로는 하나의 사업장이지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사업장으로 쪼개는 사례가 미용실 애견미용업 건설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그 규모가 약 14만4000여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단체들은 “무늬만 프리랜서 문제는 일부 감독이 있었지만 사업장 쪼개기에 대해서는 2022년 이후 사실상 근로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공식 청원했다.
대구의 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미용사로 일했던 B씨도 “사업장 쪼개기로 실제 책임져야 할 주체가 사라지고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명의를 나눠 책임을 흐리고 노동자는 프리랜서로 전가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의 애견미용업체 사례에서는 월매출 3000만원 규모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주장했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판단해 구제신청이 각하된 사례다. 이후 근로자성 논란이 이어지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건설업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임금을 두 법인으로 나눠 신고해 체불 책임을 줄이는 방식도 지적됐다. 단순히 사업자등록과 소득신고만으로 별도 사업장으로 판단한 노동당국의 형식적 판단이 문제라는 비판이다.
현장에서는 일부 노무법인이 사업장 쪼개기를 사실상 조장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체들은 “일부 노무법인이 ‘상시 5인 미만으로 만들어 노동법 위반을 피하자’는 식의 문구로 영업하며 위법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은성 노무사는 “노동청과 노동위의 조사가 지나치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형식적 징표가 아닌 판단지표별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와 자료제출 요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위장 유인을 차단할 수 있도록 고의로 상시 근로자 수를 축소하거나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위장한 경우 과징금 부과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며 ‘무늬만 프리랜서·5인 미만 위장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