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선박 구출’ 강행

2026-05-04 13:00:05 게재

이란측 종전안 거부 속 ‘프로젝트 프리덤’ 가동 … 이란 “개입 시 휴전 위반” 맞불

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발리아스르 광장 인근 건물에 설치된 반미 광고판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광고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호르무즈 해협을 결부한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미국의 해상 봉쇄와 군사 압박에 대한 이란의 반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종전 협상안을 최종 거부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에서 고립된 선박을 구출하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전격 가동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번 조치가 사실상 군사·경제·외교 전략이 결합된 복합 작전으로 평가되면서 미국과 이란간 휴전 유지 여부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14개 항의 종전 협상안에 대해 “모든 것을 검토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며 협상 타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된 미국의 답변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핵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혀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외교 채널은 유지되고 있지만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꺼내든 카드가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미국은 중동 시간 기준 4일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제3국 선박들을 외해로 유도하는 작전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못이 없는 사람들과 기업, 국가들을 해방하기 위한 인도적 조치”라고 규정했다.

현재 해협과 인근 해역에는 약 2000척의 선박과 2만명에 달하는 선원이 고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은 전쟁 기간 동안 최소 24건 이상의 민간 선박 공격이 발생했다고 전하며 해상 안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작전을 단순한 구조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해협 통항을 조율해 글로벌 해운 흐름을 복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고, 블룸버그는 국제 유가 급등을 억제하려는 경제적 목적도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로, 봉쇄 장기화는 곧바로 에너지 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

군사적 의미 역시 적지 않다. 미국은 대이란 해상봉쇄를 유지하면서도 제3국 선박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는 ‘선택적 개방’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이란 경제를 압박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동시에, 해협 통제력을 약화시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충돌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적 절차가 방해받는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란도 즉각 반발했다.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 위원장은 AFP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해상 질서에 대한 미국의 어떠한 개입도 휴전 위반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해협은 트럼프의 일방적 결정으로 관리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란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뚜렷하다. 선박 이동을 허용할 경우 해협 통제력이 약화되고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이를 저지할 경우 미군과의 직접 충돌로 이어져 현재 유지 중인 휴전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해상무역운영국(UKMTO)도 최근 해협 인근에서 상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긴장 고조를 경고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통로를 넘어 전쟁과 협상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프로젝트 프리덤’은 인도주의를 내세운 작전이지만 실제로는 에너지 시장 안정, 군사적 압박, 협상력 확보가 결합된 전략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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