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기소 특검법’ ‘윤 어게인’…여야, 경쟁적 자충수

2026-05-04 13:00:04 게재

민주, 특검법 발의 … 국힘 “이재명 범죄 지우기 특검”

국힘, 친윤 인사 잇달아 공천 … 민주 “윤석열의 귀환”

6.3 지방선거를 30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공소 취소할 수 있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해 야권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친윤(윤석열) 인사를 잇달아 공천하면서 ‘윤 어게인’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여야가 쏟아낸 자충수가 선거 판세를 흔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4일 정치권은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과 국민의힘의 친윤 공천을 놓고 거센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조작기소 특검법’을 이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위인설법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에서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 안 가는 사람이 한반도에 딱 한 사람,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 명 더 늘어날 것 같다”며 “이 대통령은 ‘최고 존엄 넘버투’라도 되고 싶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범죄 지우기 특검은 위헌의 위헌에 위헌을 더한 ‘풀 패키지 위헌’”이라며 “이 대통령 한 사람의 범죄를 지우기 위해 1년 동안 350명을 동원하고 국민 혈세를 수백억 갖다 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대통령 재판 중지법’을 추진하다가 이 대통령이 제지하며 중단됐을 때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와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며 “그러나 결국 이 대통령의 본심이 무엇이었는지 반년 만에 확인됐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본인 재판을 임기 중에만 일시 정지시키는 ‘재판 중지법’이 아니라 재판을 아예 없애버리는 ‘재판 삭제법’을 강구하라는 것이었다”며 “‘재판 중지법’은 중지시켰던 이 대통령이 ‘공소 취소 재판 삭제법’에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보수야권 수도권 후보들은 4일 오전 ‘이 대통령 공소취소 특검법 저지를 위한 범야권 수도권단체장 긴급 연석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조응천 개혁신당 경기지사 후보, 김정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 등이 참석한다. 오 시장은 면담에 앞서 “공소취소 특검법은 21세기 민주주의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리는 묵과할 수 없는 시도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조작기소 특검법’을 이슈화시키면 보수층 결집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가 어려워지자, 보수층 사이에서 ‘이번에는 기권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재명정권의 무도한 입법 행태가 부각되면 기권하려던 보수층이 다시 투표장으로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닥쳤는데도 ‘윤 어게인’을 둘러싼 내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대구 달성)과 김태규 전 방통위 부위원장(울산 남갑), 이 용 전 의원(경기 하남갑)을 재보궐선거에 공천한 데 이어 윤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정진석 전 의원의 공천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공천을 놓고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잇따른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정진석 전 비서실장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감출 길 없다”며 “12.3 계엄 이후 1년 6개월의 비참하고 암울했던 우리의 현 주소를 잊었단 말이냐”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자숙과 반성 없이 국민적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한다면 떠날 수밖에 없다”며 탈당 의사까지 내비쳤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4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정 전 비서실장 공천 검토와 관련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비서실장이라는 자리가 중책이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차원보다 스스로 그런 책임감을 느끼고 이번 선거는 자제하는 게 도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윤 어게인’ 논란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윤석열의 귀환인가. 윤석열 패거리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쳐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윤 어게인’을 둘러싼 내홍은 지난 2일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조경태 의원은 자신의 축사를 방해하는 장동혁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가만히 좀 들어라. 비상계엄은 잘못됐다.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국민의힘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장동혁 대표를 연호하는 분들은 집에 가라. 여기는 박형준 후보 캠프”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쇄신된다면 무너진 지지층이 일정수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지만, 장동혁체제가 지방선거 전에 사퇴하거나 2선 후퇴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장동혁체제가 불 지피는 ‘윤 어게인’ 논란도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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