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 담합’ 소송, 면책 범위 해석 ‘평행선’

2026-05-04 13:00:05 게재

과징금 반발 … SITC·TSL 외국계 선사 변론

“실질적 담합했다” vs “절차적 위반일 뿐” 공방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해운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해운업의 특수성과 해운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윤강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에스아이티씨컨테이너라인스(SITC)와 티에스라인스엘티디(TSL)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변론기일을 각각 진행했다.

이번 소송은 2022년 공정위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5년 간 한국~동남아 노선에서 120차례 운임을 담합한 혐의로 국내외 23개 해운사에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ITC에는 19억원, TSL에는 39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한국 국적사들에도 과징금이 부과됐다.

사건의 핵심은 해운사들이 체결·운영한 운임 협약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운법상 허용되는 협약으로 면책되는지 여부다. 해운업계는 해상운송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운법상 공동행위가 허용돼 왔음을 주장하며 해당 제재에 반발해 왔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측은 공정위 처분의 본질이 가격 담합이 아니고 ‘신고 절차 위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SITC측은 “해양수산부 유권해석과 지침에 따라 협약을 운영했음에도 이를 위법으로 보고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은 과도하다”며 “운임 결정 자체는 허용되는 상황에서 신고 누락만으로 담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협약 자체가 위법인지, 단순 절차 위반인지 공정위 입장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TSL측도 이어 열린 재판에서 “외국 국적 선사는 화물 구조가 달라 운임 형성 방식도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동일 시장으로 전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해수부는 협약을 적법으로 봐왔지만 공정위는 전면 위법으로 판단하고 있어 부처 간 해석 충돌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공정위측은 “사건의 출발점은 공정거래법 제58조(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의 적용 제외 요건을 충족했느냐는 것”이라며 “해운법이 규정하는 실질적 요건은 물론 절차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기에 법 적용은 당연하다”고 맞섰다. 또 “단순 절차 위반을 넘어 탈퇴를 제한하거나 감시하는 등의 합의가 포함되어 있어 담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쟁점 정리를 위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술 변론과 증거 검토를 거쳐 공정위 처분의 적절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SITC 사건은 오는 6월 18일, TSL 사건은 7월 16일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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