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수용, 사업시행자에 대체부지 요구해야”
법원, 수용재결 취소소송 낸 공장주 패소 판결
공장 부지가 토지수용될 때 금전 보상 대신 다른 부지를 원하더라도, 이를 사업시행자가 아닌 토지수용위원회에 구두로 요구해서는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와 고양시장을 상대로 낸 수용재결 취소 등 청구 소송에서 최근 기각·각하를 선고했다.
A씨가 경기도 고양시에서 운영하던 목재가공 공장은 2024년 2월 시 도로 사업에 따라 이전 수용 대상인 지장물이 됐다. A씨는 금전이 아닌 대체부지로 보상해달라는 취지로 이의신청했으나,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공장의 평가액만 변경해 이의재결(다시 판단해 결정하는 행위)했다.
A씨는 “위원회가 금전보상이 타당한지, 또 사업시행자인 고양시장에게 공장 이주대책 수립 의무가 있는지를 조사하지 않았다”며 위원회의 이의재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또 고양시장을 상대로 “공장 이주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재산권의 정당한 보상에 위반된다”며 부작위 위법 확인을 청구했다. 행정소송법에서 부작위란 행정청이 당사자 신청에 대해 일정한 처분을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의재결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위원회를 상대로 한 A씨 청구를 기각했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공장 이주대책 수립 의무자는 위원회가 아닌 사업시행자이며, 이주대책 수립 의무 위반이나 금전보상 자체의 적정성 여부는 위원회 재결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고양시장을 상대로 한 청구는 “소송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재판부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서 ‘부작위’가 성립하려면 당사자가 행정청에 특정 처분을 구하는 신청을 한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에서 A씨가 공장 이주대책의 수립 여부를 구두로 문의하는 것을 넘어, 명시적이고 확정적으로 공장 이주대책 수립을 요청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인정하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