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 ‘정신건강 검사’ 도입 시급

2026-05-04 13:00:05 게재

기존 설문중심·일회성 검사로는 위험군 발굴 더뎌 … “실증사업 통해 신속 추진해야”

최근 수년간 청소년·청년층의 자살률과 우울 지표가 동시에 악화되면서 기존의 사후 치료 중심 정책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AI) 기반 조기 검진과 개입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3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증가세도 더 뚜렷해졌다. 2024년 자살률은 29.1명으로 다시 상승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청소년과 청년층의 변화다. 10대 자살률은 2023년 기준 약 7.9명에서 2024년 8.0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20대 자살률은 2023년 22.2명에서 2024년 22.5명으로 상승하며 청년층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청소년의 경우 장기 추세가 더욱 심각하다. 15~19세 자살률은 2015년 6.5명에서 2023년 12.3명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미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10년 이상 ‘자살’이라는 점은 이 문제가 구조적 위험임을 보여준다.

자살 지표와 함께 우울·불안 관련 지표 역시 악화되고 있다.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청소년 자살 생각률은 11.2%로 10명 중 1명 이상이 자살을 고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불안 수준을 넘어 ‘잠재적 고위험군’이 크게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의 가장 큰 한계를 ‘사후 대응 중심 구조’로 지적한다. 정신건강 문제는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공률이 크게 높지만 늦어질수록 치료 기간과 사회적 비용이 급증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2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의 설문 중심·일회성 검사 체계로는 증가하는 위험군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상당수가 기존 검사 체계에서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보고식 설문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응답 왜곡 △낙인 우려 △무자각 상태 등으로 인해 실제 위험군이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국내 AI 기반 생체신호 분석기술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심박변이도(HRV) 뇌파(EEG) 맥파(PPG) 등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신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기존 설문 대비 30% 높은 민감도로 위험군을 탐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 기술은 우울증 상태 모니터링과 극심한 스트레스 발생 상태 확인 등 정신건강관리와 자살예방 관련 정책적 장점을 가진다. △숨겨진 고위험군(무자각 집단) △발굴 가능 반복 측정을 통한 변화 △추적 AI 분석 기반 맞춤형 개입 가능 등이다. 단순한 검사 도구를 넘어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다.

청소년 청년 교사 소방관 군인 등은 높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부담에 노출된 대표적 취약계층이다.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AI 기반 정기 검사를 도입하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상담·치료로 신속히 연결할 수 있다.

현재 정신건강 예산은 2025년 전체 보건예산의 약 2.9%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21년 6.7%)에 크게 못 미친다. AI 기반 정신건강 검사 시스템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전국 단위 예방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정책 효율성이 높다.

이승환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은 “청소년과 청년층의 자살률은 상승하고 우울·불안 위험군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흐름을 막지 못한다면 사회적 부담과 비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신건강 정책을 ‘치료 중심’에서 ‘조기 발견·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AI 기반 검사를 국가 시스템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국내 AI 기반 정신건강 분석 기술은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는 검증된 제품을 중심으로 신속하고 충분한 실증사업을 거쳐 효율적인 취약계층 정신건강관리체계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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