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겨서야
선거구획정 후유증이 심각하다. 지방의회에서 법정기한 내에 기초의원 선거구를 확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여야가 득실을 따지며 시간을 끌다가 벌어진 일이다. 전국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바로 그곳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30일 임시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과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담긴 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초의원 정수가 감소한 지역의 반발 탓에 관련 조례안 처리가 무산됐다. 함께 처리하려던 추경안도 발목이 잡혔다. 경기도는 “민생(추경안)을 정치적 이해관계의 볼모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구획정안 법정처리 기한은 4월 30일이었다. 경기도의회가 기한 내 조례안을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중앙선관위가 획정안을 검토해 조례가 아닌 선관위 규칙으로 뒤늦게 선거구를 확정했다. 대의기관인 의회가 제 역할을 방기한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광역·기초의회 선거구 및 정수 조정 권한을 가진 국회에 있다. 법정시한(선거일 전 6개월)이 훨씬 지난 4월 18일에서야 선거구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선거일 46일 전에 법 개정이 이뤄진 탓에 광역·기초단위에서 검토·조정할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은 대표성 왜곡 등 논란에 결국 지난달 28일 재개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기초지자체·의회 1곳이 신설된 인천에 기초의원 정수가 부족해 뒤늦게 선거법을 재개정(3인 증원)한 것이다.
그나마 이 늑장 선거법조차도 지방의회에서 난도질당했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는 선거구획정위에서 결정한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갰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자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광역의회의 선거구 쪼개기 관행을 막을 방법은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선거 때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와 정수를 정하다 보니 법정시한은 무시되기 일쑤고 ‘선거구 쪼개기’ 같은 구태가 반복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와 지방의원 출마자들에게 돌아간다.
일본의 경우 1999년 지방분권 개혁이 이뤄진 뒤로 지방의원 법정 정수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정부 조례로 의원정수를 결정한다. 우리의 경우 법정 정수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선거구획정 권한을 독립적인 기구에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선관위는 “지방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선거구획정 지연 문제를 해소하려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선거구획정 업무를 처리하고 국회는 이를 법률로 의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방식의 선거구획정, 이젠 정말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