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 ‘수집소’ 연평도 현장검증
종합특검, 계엄 직후 체포대상자 구금 장소 특정
2024년 상반기부터 방첩사 계엄 준비 정황 포착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남은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기재된 ‘수집소’ 확인을 위해 현장검증에 나섰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합특검팀은 이날 오전 헬기를 이용해 해병대 연평부대 수용시설을 찾았다. 현장검증에는 김치헌 특검보와 권영빈 특검보, 수사관 등이 참여했다.
특검팀이 방문한 연평부대 수용시설은 계엄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적힌 수집소 중 한 곳으로 의심받는 곳이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의 이름과 함께 ‘수거 A급 처리 방안’이라며 ‘연평도로 이송한다’고 적혀 있었다.
종합특검팀은 해병대 연평부대 내 수용시설을 노 전 사령관 수첩에 나오는 수집소 중 하나로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2024년 11월쯤 777사령부 요원들이 연평부대를 둘러봤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777사령부는 노 전 사령관이 담당했던 국방부 내 첩보부대다. 계엄 직후 A급 체포 대상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미리 점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상원 수첩에는 ‘안보의식 고취 차원에서 연평도로 이송’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이른바 ‘수거’ 이후 연평도 평화안보수련원에서 안보 교육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현장검증을 통해 연평부대 수용시설 규모를 파악하고 계엄 직후 체포 대상자들의 구금 장소로 활용하려 한 정황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앞선 답사에서 이 시설이 계엄에 대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체포 대상자 수용 용도로 충분히 활용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연평도 외에도 노상원 수첩에 ‘2차 수집’ 장소로 적시된 ‘오음리’가 강원도 화천의 탈북민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장조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첩에는 오음리 외에 현리와 무인도도 적혀 있었는데 특검은 군 시설을 중심으로 노 전 사령관이 추가 구금 장소를 준비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내란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는 “노상원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논의의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작성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합특검팀 수사를 통해 노상원 수첩 내용을 실제 실행으로 옮기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 2심에서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종합특검팀은 또 국군방첩사령부가 2024년 상반기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는데 이 역시 1심 재판부의 판단과는 배치된다.
1심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의 증거 가치를 배척하면서 ‘2023년 10월 이전’부터 비상계엄을 모의했다는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2024년 12월 1일께 그런 결심이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계엄 선포의 ‘내심’이 생긴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실제 결심을 굳히고 이행에 나선 것은 계엄 선포 이틀 전부터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4일 정례브리핑에서 “방첩사 관계자 조사를 통해 2024년 상반기부터 계엄을 준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2024년 3월 이전 작성된 방첩사 문건에서 계엄 합동수사본부에 군사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파견인력이 대규모로 모이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4년 3월 한미합동연습인 ‘자유의 방패’ 훈련 당시 계엄 합수본 편성 연습을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