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파고 넘은 ‘K기름’의 힘…반도체·자동차 잇는 수출 ‘효자’
4월 석유제품 수출액 39.9% 급증하며 품목별 3위
원유수입·원유정제 → 고부가가치제품 수출 구조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원유·가스 수급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이 외화벌이 효자노릇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은 경유와 휘발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 수입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가공 수출형’ 구조가 정착된 모습이다.
◆경유 휘발유 항공유 수출이 78.6% 차지 = 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4월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은 51억6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39.9% 증가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품목별 수출 3위다.
중동전쟁 및 정기보수 영향으로 수출물량은 감소했지만 유가와 제품가격이 동반 상승하며 수출액을 대폭 키웠다. 석유제품 평균 수출단가는 톤당 지난해 4월 659달러에서 올 4월 1436달러로 118% 뛰었다.
품목별·지역별 수출입동향을 살펴보면 견조한 흐름을 구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총 수출액은 454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액은 212억3000만달러로, 수출이 수입보다 약 2.1배 많은 전형적인 수출 주도형 구조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는 경유가 173억6000만달러로, 전체 석유제품 수출의 38.2%를 차지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이어 휘발유가 98억6000만달러(21.7%)로 뒤를 이었으며, 고옥탄가 제품 중심의 수출 경쟁력을 입증했다.
항공유 및 등유는 85억1000만달러(18.7%)를 기록하며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경유 휘발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수송용 연료가 석유제품 수출의 78.6%에 달했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호주(16.0%)가 1위였으며, 싱가포르(12.2%) 미국(12.0%) 일본(11.8%) 필리핀(7.9%) 순이었다.
특히 호주는 경유 1위, 휘발유 4위, 항공유 5위 등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의 핵심시장이다.
또 미국은 단일국가 수출 3위국이지만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제품수입 증가, 한국 정유사의 고도화 설비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석유화학의 쌀’ 나프타, 중동의존 뛰어넘나 = 수입 구조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나프타에 집중된 품목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지난해 나프타 수입액은 165억7000만달러로, 전체 석유제품 수입의 78.1%를 차지했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의 가장 중요한 기초 원료로 쓰인다.
국가별 나프타 수입은 아랍에미리트(UAE)가 39억2000만달러로 23.7% 비중을 보였으며, 알제리(15.5%) 카타르(15.5%) 쿠웨이트(8.8%) 인도(7.8%) 순이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들여온 나프타가 전체의 77.5%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었다. 다만 중동전쟁이후 다변화 노력을 기울인 결과 미국산과 인도산 나프타 수입비중이 각각 24.7%, 23.2%로 급증하는 등 공급망 구조가 바뀌었다.
중유 수입은 28억4000만달러(13.4%)로 2위를 기록했으나 1위 나프타와의 격차가 매우 컸다. 석유제품 전체 수입은 나프타 수입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산 석유제품 품질 세계적 수준” = 우리나라 정유산업이 ‘원료(나프타) 수입 및 원유 정제 → 고부가가치 제품(경유·휘발유) 수출’로 이어지는 부가가치 창출 구조를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호주와 미국 등 선진시장으로의 수출비중이 높다는 점은 국산 석유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임을 의미한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대비한 공급망 다변화는 상시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