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일자리 앞서 직업현장 체험부터
종로구 삼청동 ‘직업적응실습센터’ 눈길
시각장애인 위한 ‘취업역량강화센터’도
“좀전에 만든 건 따뜻한 아메리카노였어요. 이번에는 따뜻한 라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누구부터 해 볼까요?”
서울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김지온 사회복지사 말이 떨어지자 청윤효자동 주민 윤영(37)씨부터 차례로 나선다. 움직임은 느리지만 우유팩 뚜껑을 돌려 딴 뒤 데우고 원두를 갈아 내리는 손길이 세심하다. 중간에 순서가 적힌 종이를 한번더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머그잔에 커피를 따르고 우유 거품으로 그림을 그린 뒤에는 “라테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가상의 고객에게 내민다. 순서를 마치고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청년들을 최민지 사회복지사가 붙든다. 설거지까지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7일 종로구에 따르면 구는 일자리를 희망하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전용 훈련공간을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24년 10월 삼청동에 문을 연 ‘발달장애인 직업적응실습센터’다. 구는 “학교 졸업 후 직업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은 성인 발달장애인이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경제적 자립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작은 카페같은 아담한 공간이지만 바리스타를 비롯해 커피 임가공, 제과·제빵 등 이론 학습과 손님 응대, 정리 정돈, 매장 관리를 포함한 각종 현장 실습이 가능하다. 언어 표현과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보완대체 의사소통(AAC)’을 도입했다. 그림글자 등을 활용한 대화 방식이다.
종로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이용자들이 공간을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화·목요일에는 바리스타, 수·금요일에는 제과제빵 훈련을 한다. 특히 3개 반 가운데 어느 정도 자립적인 활동이 가능한 1반 5명은 지난 2024년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뒤 벌써 2년째 훈련 중이다. 지난해 자격증을 취득한 2반은 기계 사용법을 반복 훈련하고 있고 최중증 3반은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최민지 복지사는 “매주 한차례 방문하는데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주 2회로 늘린다”며 “모의 상황극을 하면서 고객 응대법을 배우고 돈의 개념을 익힌다”고 설명했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지만 청년들 마음은 벌써 취업과 창업에 가 있다. 윤영씨를 비롯해 동대문구 주민인 요한(29·이문동)씨는 자신만의 카페 운영을 꿈꾸고 있다. 성북구 주민 도윤(26·성북동)씨는 “카페 일은 어려운데 재미 있을 것 같다”면서도 “혼자서 잘했는데 선생님 없이는 글쎄”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구는 직업적응실습센터에 앞서 지난 2024년 8월에는 통인동에 시각장애인 취업역량강화센터를 열었다. 국립서울맹학교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일일이 방문해 임대인을 설득하는 등 장소 확보부터 교육과정 구성까지 공을 들였다. 지난해 말까지 466명이 센터를 거쳐 새로운 진로를 설계 중이다. 그런가 하면 그해 10월에는 신교동 장애인복지관에 ‘장애인 디지털 센터’를 개소해 맞춤형 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효제동 기부체납 건물에 장애인 관련 각 시설과 센터를 통합 이전해 상승 효과를 더할 예정이다. 지역 융합형 카페 개소와 자체 상표 개발, 개인·부모 상담과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한 지역사회 탐방과 체험도 계획 중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직업 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장애인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