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시선 돌려 내부 위기 넘기나…‘한동훈 변수’ 남아
장동혁 “자기가 특검 임명해 자기 범죄 지우겠다는 것” 대여 공세 총력
국힘 지지층 ‘장 대표 유지’ 58% … 친한계 ‘한동훈 지원’ 징계? 모른척?
외부의 적으로 총구를 돌려 내부 결속을 다지는 건 오랜 역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대표적 정략이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투쟁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내부의 리더십 위기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다만 ‘한동훈 변수’가 여전히 남아 내부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전방 공격수 자처하는 장동혁 = 7일 국민의힘은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한 최고위에서 참석자들은 여권이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을 맹비판했다. 장 대표는 “지금 청와대 안 이재명 눈에는 경제도 민생도 외교도 안보도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재명은 오로지 감옥 가지 않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자기가 특검 임명해서 자기 범죄를 아예 지우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검 시켜서 판사가 갖고 있는 공소장 뺏어다가 이재명이 직접 자기 손으로 찢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가 지난달 20일 8박 10일간의 방미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극심한 리더십 위기에 휩싸였다. 친한계(한동훈)와 비주류에서는 장 대표를 겨냥한 사퇴 또는 2선 후퇴 주장을 쏟아냈다.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투톱 불화설’까지 나왔다. 후보들이 장 대표의 방문을 꺼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당 필승결의대회에 장 대표는 초청받지 못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여권과 싸워보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무너질 것 같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조작기소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조작기소 특검법’이 “이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여론에 올라탄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앞세운 대여투쟁에 전력을 쏟기 시작했다. 외부의 적(여권)으로 총구를 돌려 내부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이 자연스럽게 구사된 것이다. 장 대표가 연일 대여 전선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자처하자, 당 내부의 장 대표 비판은 설 자리가 좁아지는 분위기다. 장 대표를 일부러 소외시키기도 어려워졌다. 보수층에서 “집안싸움은 그만하고 대여공세에 힘을 합쳐라”는 요구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초청조차 받지 못하던 장 대표는 분위기가 바뀌자 부산(2일)과 대구(3일)를 찾은 데 이어 6일 경기도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대여공세에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 명령을 좇아 검찰을 해체한 ‘파괴의 여왕’ 추미애 후보가 경기지사가 되면 좌파 비지니스로 똘똘 뭉쳐 먹이사슬을 형성하는 파괴자들이 경기에 똬리를 틀고 세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특검법 규탄대회와 의원총회에도 다른 지도부와 함께하면서 일각의 리더십 위기론을 일축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됐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조사(4~5일, 무선 ARS,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0%p,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장 대표 사퇴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표 사퇴’ 42.9%, ‘대표 유지’ 42.5%로 팽팽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대표 사퇴’ 29.9%, ‘대표 유지’ 58.8%로 유지 의견이 높았다.
◆박민식-한동훈, 후원회장 대결도 = 다만 장 대표에게는 ‘한동훈 변수’가 여전히 남았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가 부산 북갑에 무소속 출마한 가운데 친한계가 당이 공천한 박민식 후보 대신 한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기 때문. 장 대표 입장에선 당이 공천한 후보 대신 무소속 후보를 돕는 ‘해당 행위’를 한 친한계를 묵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친한계 징계를 시도할 경우 또 다시 적전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박 후보와 한 후보가 동시에 선거 사무소 개소식을 예정한 가운데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은 박 후보 개소식에, 친한계 의원들은 한 후보 개소식에 각각 참석하는 ‘최악의 장면’이 예상된다. 박 후보와 한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 문제도 어려운 숙제다. 박 후보는 “정치공학으로 만든 승리는 정치공학으로 무너지기 때문에 3자 구도 등 어떤 구도가 되든 박민식은 북구의 힘으로 이긴다”며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 후보는 부산 북구에서 3선을 지낸 정형근 전 의원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정 전 의원은 검사와 안기부 1차장을 거쳐 3선 의원을 지냈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저격수로 불렸다. 박 후보는 7일 황재관 전 북구청장을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박 후보는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50년을 교단에서 분필가루 마시면서 아이들을 가르치신 분” “너무 청렴해서 재산신고를 할 것이 없는 분” “베트남전에 참전하셨던 국가유공자”라고 황 전 구청장을 소개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