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답변 수용 못해”…협상 빨간불

2026-05-11 13:00:37 게재

핵 프로그램 관련 미국 요구 충족 못해

파키스탄 중재 비대면협상 사실상 결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종전 제안에 대한 이란의 공식답변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한달 넘게 이어진 양측간 휴전 및 종전협상이 다시 중대고비를 맞았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핵시설 해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어져 온 비대면 협상도 사실상 결렬국면에 들어갔다.

5월 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LIV 골프 버지니아 대회 3일째 경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문제였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이란의 강경한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그들의 편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이란의 답변을 거듭 비판했다. 다만 협상을 계속할지, 군사적 압박을 재개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수페이지 분량의 공식 답변서에서 미국이 요구한 향후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과 포르도(Fordow)·나탄즈(Natanz)·이스파한(Isfahan) 핵시설 해체 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이란은 현재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합의를 파기하거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전된 우라늄을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도 미국이 요구한 20년보다 훨씬 짧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란의 답변은 핵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처리 방식에 대해 미국이 요구한 사전 확약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형식으로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 △핵시설 해체 △지하 핵 활동 금지 △농축 핵물질 반납 △핵무기 개발 포기 △국제 사찰 수용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7개 핵심 조건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핵 문제보다는 전쟁 종식과 경제제재 해제에 방점을 찍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미국에 보낸 제안에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중단 △대이란 제재 해제 △미국의 해상봉쇄 종료 △해외 동결자산 즉각 해제 △30일간 원유 수출 허용 등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미국이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 활동 제한과 이란이 요구하는 경제 정상화 및 주권 보장 사이의 간극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핵 프로그램 통제를 선행조건으로 보고 있지만 이란은 먼저 제재를 해제하고 해상봉쇄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로 지난달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양국 고위급 회담 결렬 이후 이어져 온 간접협상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7일부터 불안정한 휴전을 유지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여전히 높다. 이란은 국제 해운 통제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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