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못 들으면 사이렌도 울린다

2026-05-13 09:19:07 게재

읍·면·동장이 ‘대피명령’

폭염중대경보 땐 중대본

정부가 올여름 풍수해와 폭염 대응의 초점을 ‘사전 대피’에 맞췄다. 극한호우와 폭염이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재난문자뿐 아니라 민방위 사이렌과 마을방송까지 동원해 주민 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2026년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을 운영한다. 폭염 대책기간은 9월 30일까지다.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 현장점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2일 경기 파주시 전국재해구호협회 재해구호물류센터를 찾아 구호키트, 이재민 임시조립주택 등 구호물자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행정안전부 제공

정부는 우선 주민대피 체계를 강화한다.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읍·면·동장 주도로 주민대피명령을 실행하도록 했다. 자력 대피가 어려운 고령자 등 우선대피 대상자는 2만4000여명으로 확대하고, 주민대피지원단과 1대 1로 연결한다. 주민대피지원단은 이·통장 자율방재단 이웃주민 등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주민 중심으로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운영한다.

재난정보 전달 수단도 넓힌다. 재난문자 인지가 어렵거나 통신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민방위사이렌 마을방송 예·경보시설을 함께 활용한다. 재난성호우가 발생하면 읍·면·동 단위 긴급재난문자도 발송한다. 정부는 긴급 대피명령 알림 문자를 40㏈ 이상 알림음이 나는 긴급재난문자로 일원화하고 대피 장소를 구체적으로 담은 표준문안을 배포하기로 했다.

인명피해 우려지역은 산사태 하천재해 지하공간침수 등 3대 유형을 중심으로 9412곳을 집중 관리한다. 지난해보다 448곳 늘어난 규모다. 산사태 우려지역은 일몰 전 사전대피를 원칙으로 하고, 호우가 끝난 뒤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대피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하천재해 대응도 강화한다. 홍수정보 ‘심각’ 단계가 발령되면 기존 안전문자보다 강한 긴급재난문자를 보낸다. 서울 강남·서초·관악·동작·영등포·구로 등 6개 자치구에서는 도시침수예보 대국민 알림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지하차도는 침수심이 5㎝를 넘으면 차량 진입을 차단하고, 서울·대전 83개 지하차도에서는 통제 현황과 우회도로를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하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한다.

폭염 대응체계도 달라진다. 올해부터 체감온도 38℃ 이상이면 ‘폭염중대경보’를 발령한다. 기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2단계 체계를 3단계로 세분화한 것이다.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면 행안부가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상황관리관을 현장에 파견해 지방정부 대응을 지원한다.

취약계층 안전관리도 세분화한다. 정부는 폭염 취약대상을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 10개 유형으로 나눠 관리한다. 취약노인은 특보 때 생활지원사가 매일 1회 이상 안부를 확인하고, 중대경보 때는 하루 2회 이상 확인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는 에너지바우처와 에어컨 설치·교체를 지원한다. 농업인에게는 온열질환 예방용품과 농촌 진료버스를 확대하고, 취약사업장은 폭염 단계별 작업 중지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정부는 도시침수 예방을 위해 전국 빗물받이 408만여개를 주기적으로 정비하고, 토사가 쌓여 기능이 떨어진 우수관로도 정비한다. 하천·계곡 불법 상행위는 6월 말까지 정비 완료를 목표로 집중 관리한다. 방재성능목표 기준 강우량은 기존 30년 빈도에서 50년 빈도로 높이고, 재해예방사업 투자 규모도 지난해 1조8000억원에서 올해 2조2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올여름 풍수해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지방정부, 지역사회와 함께 총력을 다하겠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도록 현장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올여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5.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52.2㎜, 충남 서산에서는 하루 438.9㎜의 극한 강수도 관측됐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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