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헝가리 현장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6-05-13 13:00:11 게재

해외 산재사망사고 부실 조사 논란 “사고책임 은폐 재조사해야” … SK “노동부 무혐의처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국회서 ‘해외공사 하도급대금 미지급 불공정 행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차염진 기자

여수 산단에서 전력설비 공사를 하는 S사 정 모 대표는 지난달 28일 노동부로부터 ‘민원 처리 결과’라는 공문을 받았다. 노동부 산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공문에서 “귀하의 민원은 SK에코엔지니어링이 시공한 2023.1.13. 헝가리 이반차시 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건에 대한 조사요청”이라며 “우리청은 도급인(SK에코엔지니어링), 관계수급인 등을 포함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헝가리 수사당국의 수사내용 및 결과보고서, 공사 및 사고 관련자료,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내사를 진행하였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의 지휘에 따라 2023.9월에 내사 종결했다”고 했다.

정씨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넣은 민원에 대한 답변이다. 정씨는 노동부 답변에 대해 “요식적인 답변”이라며 “산재은폐에 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노동부 답변에서 관계수급인 등을 조사했다고 했지만 정작 사망자를 고용했던 우리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피의자인 SK의 말만 듣고 무혐의 처분한 전형적인 부실수사”라고 주장했다.

S사는 SK온 헝가리 이반차 배터리 공장 건설사업에서 원시공사인 SKEE의 하청을 맡았지만 약 300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관련기사 내일신문 4월30일 자 20면).

산재은폐 의혹은 추가 공사비 정산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된 사건이다. 사망사고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면서 철야작업 등 추가 공사비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사고 책임을 가리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2023년 1월 헝가리 공사현장에서 S사가 고용한 노동자가 공장 천장 위에서 작업을 하다 바닥에 추락해 사망했다. 헝가리 현지 경찰은 시공사인 SKEE의 주장을 받아들여 ‘단순 실족사’ 처리했다. 이를 토대로 노동부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해 SK측을 ‘무혐의’ 처리(내사종결)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S사 관계자 등은 SK측이 사후에 안전시설물을 급히 설치하는 등 산재현장을 조작하고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관계자들의 녹취 등을 근거로 SK측의 중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 경찰뿐 아니라 노동부 조사에 이런 주장들은 무시됐다. 아예 이들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SK측의 말만 듣고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SK측은 혹시 있을 노동부 조사에 대비해 자신들에게 대형 로펌이 작성한 ‘예상 문답서’까지 주는 등 ‘말 맞추기’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SKEE측은 “안전 시설물은 사전에 설치돼 있었다”며 “헝가리 경찰 조사 결과 사망자가 무단으로 천장에 올라가 실족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 맞추기’ 시도에 대해서는 “법률적 지원 차원에서 문답서를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SKEE 관계자는 “사건은폐는 없었다”며 “S사가 하도급대금 지급 문제로 갈등이 생기자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사건 조사를 맡았던 노동부 조사관은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해외 산재는 산업안전법은 적용되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만 조사권이 있어 그 부분만 조사했다”고 했다. ‘현장 상황을 잘 아는 S사 직원들은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의 질문에 대해서는 “검사 지휘를 받아 법대로 처리했을 뿐”이라고만 했다.

이와 관련 한 국회 의원실에서는 총리실 등에 ‘부실 조사’ 여부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도 사실관계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S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최태원 회장 등에 여러차례 호소문을 보냈고 국회 정부기관에 읍소도 했지만 SK측은 무성의로 일관했다”며 “초일류 그룹 계열사가 산재 원인과 책임을 은폐하고 공사대금마저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산재은폐든 불공정행위든 정식 조사가 시작되면 관계자 녹취와 증언 등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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