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사업 불공정 행위 실태조사

2026-05-13 13:00:12 게재

민주당 을지로위 ‘법 사각지대’ 지적 …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이 해외사업에서의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민병덕 위원장) 관계자는 12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실태조사를 토대로 하도급법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을지로위원회 세미나에 대한 후속조치다.

구미 한 기업이 하도급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이날 세미나에서 대기업이 해외사업에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각종 불공정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청업체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상 해외법인 간 거래는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 대기업이 공사비를 떼먹어도 이를 감시할 법적 장치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어려운 중소 하청업체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 외는 달리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 부도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비밀유지각서’에 발목 잡혀 국회 세미나에 나서지 못한 모 중소업체 관계자는 “울며겨자먹기로 대기업이 제시하는 소액의 공사비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치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세미나에서 “해외 하도급 대금 미지급 문제는 단순한 기업 간 분쟁에 그치지 않고,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체불로 직접 전가된다는 점에서 근로자 보호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는 해외 파견 근로자에 대한 역외적용 근거 규정이 없고, 현행법상 해외 파견 근로자를 전문적으로 보호하는 법률도 없다”고 지적했다.

불공정거래뿐 아니라 산업재해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문제가 된 SK 헝가리 공장에서만 여러 차례 산재사망사고가 일어났지만 국내와는 달리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개인 과실’로 치부됐다.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산재의 경우, 중대재해(사망사고)를 제외하고는 산업안전법 등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중대재해도 현장조사 등이 어려워 책임소재를 밝히지 못하고 넘어가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나 산업재해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예방’과 ‘엄벌’을 얘기했다. 민병덕 의원은 “해외공사라 해도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만든 성과”라며 “최소한의 공정과 책임도 대한민국의 기준 안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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